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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장

박시준의 두 눈에 뜨거운 분노가 번득였다. '더러운 여자' 라는 단어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그의 눈에는 진아연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절대 영상 속의 그 여자일 리가 없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 여자의 목소리와 얼굴, 심지어 임신한 배까지... 그의 판단이 틀렸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박시준, 내가 너랑 알고 지낸 세월이 20년이 돼가고 있는데 내가 널 해칠 것 같아?" 성빈은 그의 얼굴에 나타난 고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못 믿겠으면 강진 씨에게 물어봐, 그날 강진 씨와 함께 마주쳤었어. 우리가 왜 머뭇거리고 말하지 않았는지 알아? 진아연이 아이를 순조롭게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어. 지금 이 시점에서 사고가 생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진아연이 반성은커녕 이런 영상이나 찍다니!" "영상이 너무 흐릿한 것 같지 않아?" 박시준은 이성과 충동이 서로를 당기며 그의 마음을 찢어놓는 것 같았다. "영상이 가짜임이 틀림없어!" 성빈은 박시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는 실패와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함께 위기를 많이 겪었고, 최악의 경우 회사가 거의 파산할 뻔했으며, 큰 빚을 지게 될 뻔했을 때도 그는 미간 한 번 구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진아연의 바람난 사실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영상이 가짜라고 치자. 그럼 시저 호텔에서 들은 목소리도 가짜야?" 성빈이 말을 이었다. "프론트에 가서 확인했는데 그날 진아연이 호텔에 갔었대.진아연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휴대폰이 꺼져있었고, 다음날 진아연이 그 호텔에 다녀왔다고 인정했어!" 성빈은 빠른 어투로 날카롭게 말했다. "영상 속의 침대도 시저 호텔이잖아!" 박시준의 벌겋게 변한 두 손은 뼈마디가 하얗게 변해갔다. 그는 끝없는 고통과 침묵에 빠졌다. 머릿속에서 무조건 그녀를 믿으라는 목소리가 울려왔다! 하지만 머릿속엔 환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또 다른 목소리도 들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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