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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2장

“일이 우선이라며, 결혼은 생각도 없다고 하지 않았어?” 박시준은 물 한 잔을 마신 뒤 물었다. “그냥 같이 밥만 먹는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최은서가 대답했다. “부모님이랑 인사까지 했는데 뭐가 결혼까지 멀었다는 거야?” 박시준의 어조는 차분했다. “생각 잘 해. 성빈이랑 결혼을 할지 말지. 나중에 후회하면 그땐 늦어.” “오늘 밥 한 번 같이 먹는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최은서가 반문했다. “뭐 후회는 네 몫이니까. 결혼해도 이혼할 수도 있으니. 다만 나랑 성빈이는 친구 사이니 네가 조심하길 바랄 수밖에.” 박시준은 물 컵을 꽉 쥐며 말했다. “성빈이는 정말 진지하게 가정을 원해...” “글쎄요. 성빈 씨가 바람을 필지 안 필지 장담할 수 있어요?” 최은서는 자신을 못미더워 하는 박시준에게 말했다. “오빠는 성빈 씨랑 친구 사이고 나보다 더 오래 같이 있었으니 성빈 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 말은 다르게 말하면 나랑 친구 사이니깐 네게도 잘 할 거라는 소리야.” 박시준은 오늘 최은서의 가족으로서 이곳에 나왔기 때문에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뭐 제가 고마워라도 하라는 건가요?” 최은서는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설령 사이가 좋아지지 않아도 잘 해달라고 애원하지 않을 거예요. 일도 계속 할 거고요. 오빠의 실패한 결혼 생활만 봐도 남자들에게 절대 기대지 않을 거예요.” “최은서! 말 조심해. 네 가족의 신분으로 온 건 나야. 그렇게 진아연의 편이라면 진아연한테 부탁하지 그랬어!” 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화가 났다. “당연히 아연 씨가 오빠보다 더 가까워요!” 최은서는 화가 난 그를 보고 조금 겁이 났지만 참고 말했다. “아연 씨는 저를 가르치려고도, 저를 무시하지도 않았어요. 근데 오빠는요? 제가 유명해 지기 전에 저를 가족으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잖아요. 이렇게 잘 되니깐 그제야 가족으로 나타났으면서!” 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마음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사실 그가 진아연처럼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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