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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6장

사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그가 사인하기 전까지, 진아연은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진아연이 먼저 이혼을 제기했기 때문에 박시준이 귀국하기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와 만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진짜 끝나 이제 더는 그 어떤 관계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그녀의 숨통을 사로잡았다. 누구의 잘못인지 몰라도 두 사람의 원한은 지금 이 시간부로 완전히 끝난 셈이었다. "대표님이 사인했어요." 조지운은 카페 밖에서 사인하는 박시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끝난 거죠?" 조지운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진아연은 아이의 양육권을 절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아연이는 라엘이와 지성이의 양육권을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박시준 씨가 한이의 양육권을 절대 원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죠. 두 사람한테 그 외의 다른 이유로 다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네요." 마이크도 밖에서 사인하는 박시준을 지켜봤다. 다만 지금 그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구나. 다만 너무 순조롭게 끝나니 의외였을 뿐이었다. 그는 진아연이 이렇게 빨리 나올 거라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고 진아연이 그의 앞에 다가서자 모든 게 마치 꿈이라고 생각했다. "지운 씨와 더 할 얘기가 남았어? 없으면 나 먼저 차에 탈게." 진아연은 말을 다 하자 가방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푹푹 찌는 날씨에 밖에 조금만 더 있어도 땀샘이 폭발했다. 차에 탄 진아연을 지켜보던 마이크는 시선을 돌려 카페 안을 바라봤다. 박시준은 제자리에 앉아 찻잔을 잡고 마치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마이크 씨, 진아연 씨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조지운을 마이크를 보며 물었다. 마이크: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요? 설마 배웅하러 공항에 올 생각이에요?" 이에 조지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일 있으면 또 연락해요." 마이크는 말하면서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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