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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1장

소만리는 사람 그림자가 드리우는 느낌이 들었다. 힐끗 보고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급히 자세를 틀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기모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모진은 방문을 잠그고 한 걸음 한 걸음 침대 곁으로 걸어와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소만리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맑고 깨끗했다. 그윽한 눈빛은 일말의 감정도 싣지 않은 채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소만리도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온 남자를 태연하게 마주했지만 귓가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좌한 당신, 무슨 일로 오셨어요?” 비록 이렇게 불렀지만 소만리는 그가 바로 기모진이라는 것을 안다. 기모진은 그녀를 보고 얇은 입술을 열었다. “당신이 내 여자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어. 나도 그래서 당신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 주려고 왔어.” 소만리는 아기를 안은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었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품에 안은 이 녀석은 통통하고 큰 눈을 뜨고 열심히 젖을 먹고 있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아기를 낳을 때 기모진이 그녀와 함께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하루하루 지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늘 그녀에게 온갖 시련을 안겨주셨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품속의 아기를 바라보았다. 아이를 보니 마음이 한층 위로가 되었다. 다만 다시 눈을 들어보니 기모진은 여전히 자신을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시선은 점점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가슴 위로 떨어졌다. 소만리는 갑자기 뺨이 뜨거워졌다. 소만리의 몸을 그가 이미 수도 없이 봤겠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그가 보고 있으니 소만리는 조금 불편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하려는데 기모진이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따뜻한 손끝이 그녀의 왼쪽 가슴에 있는 작은 점 위에 떨어졌다. 닿는 순간 소만리의 몸에는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기모진이 줄곧 그 점을 바라보고 뭔가 생각에 잠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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