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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장

창밖에는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의 마음속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방금 올라오는데 소만리를 봤어요. 얼굴색이 어두워 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요?” 걱정스러운 듯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있는 기모진에게 언초가 서재로 들어오며 말했다. “내가 너무 밉다고 하더군. 죽었으면 좋겠다고.” 기모진은 붉게 물든 깊은 눈동자를 보이며 말했다. 눈 밑에는 달갑지 않은 슬픔이 가득했다. “그녀가 기묵비의 아이를 가졌어. 역시나 날 사랑하지 않았어.” “아마 그녀에게도 어쩔 수 없는 고충이 있을지도 몰라요.” 언초가 위로했다. “무슨 고충이길래 그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서까지 나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 기모진이 힘없이 애써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 “그날 F국에서 당신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죽었을 거야.” “전 당신을 구했고, 당신도 저를 구했죠.“ 언초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들이 지금 떠날 것 같은데 배웅하러 갈래요?” “보낼 것도 없고 날 보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야. 당신은 가 봐. 당신을 보고 싶어 할 거 아냐.” 기모진이 자조하며 힘없이 웃었다. 언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기모진을 두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기묵비와 소만리를 보고 언초는 웃으며 다가갔다. “모진은 술에 취해서 방에서 쉬고 있어요. 제가 모진을 대신해서 두 분을 배웅하러 왔어요.” 돌아서서 가고 있던 소만리는 언초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왠지 이 얼굴이 낯이 익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다. 그러나 어디서 봤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기묵비도 배웅하러 온 언초를 보았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소만리를 안고 돌아섰다. 언초는 조용히 시선을 올려 떠나가는 긴 두 그림자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가볍게 말아 올렸다. 기묵비, 당신 말이 맞아. 우리 만난 적 있어. 보아하니 당신은 지금의 내 얼굴에서 낯익은 느낌을 찾은 모양인데, 내가 당신 기억 속에 살아있다는 걸 다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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