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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장

‘다음 생에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라..’ 이 낯익은 말이 차가운 듯 날카로운 칼처럼 기모진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는 3년 전의 그 날을 떠올렸다. 그녀는 두 눈을 실명한 채, 어둠 속에서 그와 소만영의 약혼 현장에 찾아왔었다. 그리고 그녀는 당시에 말기의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시들어가는 몸을 견디어 내며 그에게 말했다. "나에게 와줘서 고맙고 내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하지만 이제 난 모든 걸.. 내 유골을 포함한 모든 것을 다 너에게 줄게.... 이제부터는 둘 다 빚지지 않는 거야.. 다음 생에는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지금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가슴을 찌르는 통증은 더욱 더 강하게 그의 심장에 스며들었다. 기모진은 무대 위의 소만리의 냉염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흐느꼈다. ‘아리.. 기억이 되살아났구나? 결국 이렇게.. 날 떠나버릴 거야..?’ 요 며칠 동안의 짧은 달콤함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거품이 되어 결국 손에 닿을 듯하다 사라져 버렸다. 소만리가 무대에서 떠나자, 사화정과 모현은 제일 먼저 무대 뒤로 가서 그녀를 찾으러 갔다. 부부는 부랴부랴 그녀를 불렀다. “천리, 아까 무대에서 했던 말들... 너, 옛날 생각이 다시 난 거야??" 소만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물어 보시는 게.. 제가 기억상실을 하기 전에도 기모진을 정말 미워했다는 뜻이죠?" "그게..." 사화정과 모현은 말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확실히 너를 많이 힘들게 하기는 했지.. 작년에 네가 사고가 난 그 날부터, 그는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어." "후회요?" 소만리는 비꼬며 웃었다. “후훗.. 후회할 필요는 없는데... 어쨌든 나 모천리와 더 이상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요." 소만리의 말이 끝날 때쯤, 기모진의 그림자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깔끔하고 멋진 몸매와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가에는 쓸쓸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소만리는 그를 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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