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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장

기모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소만리는 의아했지만, 왠지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애가 중단된 기묵비는 온화한 검은 눈동자에서 한 줄기 노여운 기색이 역력했다. “기모진, 여긴 왜 왔어? 여긴 더이상 너의 자리가 없어.” 기모진의 가늘고 긴 눈동자가 기묵비를 희미하게 바라보다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이 멈췄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쳤지만, 기모진의 눈빛은 온화했다. “당신이 나를 증오하고 나를 죽이지 못해 후회하는 거 알아, 나는 당신의 어떠한 보복도 받아 들일 수 있어. 그런데 그와 결혼은 커녕 함께 있는 것 조차도 용납할 수 없어.” 기모진의 말투는 참견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의 그윽한 눈 밑에 카리스마가 솟구쳤다. 소만리가 입을 막 열려고 할 때, 문득 옆에서 기묵비가 낮은 미소를 짓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그가 웃으며 물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허락하지 않아? 너 그때 네가 소만리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잊었어? 그녀가 심하게 아팠을 때 넌 뭐했어? 네가 다른 여자를 안고 즐겁고 유유자적 하고 있을 때 그녀는 고립되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너에게 실낱 같은 믿음을 구걸할 때 너는 또 뭘 했어? 너는 그녀가 죽게 내버려 뒀지.” “기모진, 너 스스로에게 물어봐, 네가 왜 다시 만리의 사적인 일에 간섭하는지, 그녀와 너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그리고 너는 그녀를 가질 자격이 전혀 없어.” 기묵비가 내뱉는 말 한마디마다 기모진의 미간은 자꾸만 찌푸려지고, 그의 눈빛은 갑자기 어두워져 한순간에 소만리를 바라볼 용기도 잃었다. 기모진이 눈을 깔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자 기묵비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팔을 들어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미랍, 우리 가요.”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모진의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기모진의 그 씩씩한 눈꼬리에 전에 없던 고민의 빛이 번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입술을 오므렸다. 소만리는 지금 이 순간 기모진의 생각을 파고들지 않고, 과감하게 기묵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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