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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장

사화정과 모현은 기모진의 뒤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따라다니다가 부서져버린 무덤 앞에 다다랐다. “여기, 여기가 만리가 묻힌 곳 인가요?” 사화정은 놀라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덤은 완전히 파괴됐고, 비석도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붙일 수도 없었다. “소만영이 사람을 시켜 망가뜨렸어요.” 기모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화정과 모현의 눈에는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 순간은 슬픔과 울분이 더 컸다. 사화정은 손에 든 꽃다발과 향초를 놓고 바닥에 널려 있는 돌멩이 앞으로 걸어가 천천히 몸을 웅크렸다. 작은 돌멩이를 주워 마치 보물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후회의 눈물이 묵묵히 돌멩이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내 소중한 딸......” 모현 역시 쪼그려 앉아, 한손에는 사화정을 끌어안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때 그들이 소만리를 그토록 심하게 때리고 꾸짖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순간 슬픔에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기모진은 눈앞에서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이 부부를 조용히 바라보며, 그윽한 검은 눈동자 속에 그가 과거에 이곳에 왔을 때의 사랑이 없는 삶의 암담했던 느낌은 더이상 없었다. 잠시 후 사화정은 감정을 정리하고 일어났다. “만리의 유골은요? 유골은 어디에 있어요? 어쨌든 저는 그 아이에게 무덤을 다시 만들어 줄 거예요.” “유골도, 유품도 모두 소만리가 훔쳐갔는데, 지금까지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뭐라고요?” “소만영이 만리의 유골까지 훔쳐갔다고요? 그녀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모현은 이런 터무니없는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화정은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 여자, 어떻게 이렇게 사악할 수가 있어요, 이미 만리의 지위도 명예도 잃게 하고, 사람도 없는데, 만리의 유골까지 가만히 두지 않을 줄 몰랐어요! 내가 지금 당장 가서 만리의 유골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게요!” “화정, 나와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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