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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장

기모진이 그녀를 만졌던 손가락을 거두려 할 때 문득 예선과 소군연이 딱 잘라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바로 만리라고요." "세상에 저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두 명이나 있다는 건, 믿을 수가 없어 절대." 그들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을 하는 거지? 뭔가 특징이라도 포착 한 건가? 특징..이라..? 기모진은 다시 소만리의 왼쪽 가슴에 있던 점을 떠올렸다. 천미랍이 기란군을 위해 밤을 샜던 그 날,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몸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는데, 그를 마주쳤을 때 매우 긴장한 듯 가슴을 움츠렸던 것이다. 설마.. 사실 부끄러웠던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볼까 두려워했던 건가? 기모진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 여전히 잠들어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던 그의 마디 굵은 손가락은 과감하게 그녀의 환자복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세 번째 단추가 풀리는 순간.. "찰칵."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소만리의 환자복을 벗기던 기모진의 손도 함께 멈췄다. "모진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병실로 들어온 기묵비는 기모진의 손이 소만리의 옷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서, 다가가 소만리의 어깨 위로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었다. 기모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손을 거두었고, 깊고 맑은 얼음 같은 그의 눈동자는 기묵비의 시선을 살폈다. "애초에 대체 무슨 수로 내 아내를 외국으로 내보낸 겁니까?" "모진아, 무슨 소리야? 아직도 미랍이를 만리라고 의심하는 거야?” 기모진은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묵비는 희미하게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모진아. 사람이 죽고 나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나도 죽은 사람을 살릴 만한 대단한 능력은 없다. 만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도 정말 괴로웠지. 그렇지만 아마 그녀에겐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어?" 기모진의 눈빛은 무거워지며 냉소를 지었다.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난 거다?” “아니야? 내 생각에 만리는 자신의 사랑과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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