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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4장

기모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기묵비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소만리가 그의 곁을 지날 때 그녀의 단아한 향기가 그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 향은 무척이나 달고 특별한 것이었다. “모진아.” 기묵비는 기모진을 보고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한결같이 우아하면서도 여유가 넘쳤고 그가 하는 행동들은 무척이나 신사다웠다. 기모진은 자신의 앞에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을 차가운 눈빛으로 스쳐 가듯 쳐다보았고, 소만리는 그런 기모진을 힐긋 보고는 고개를 돌려 기묵비를 보며 생긋 미소 지어 보였다. “묵비씨, 저희 들어가요.” “응.” 기묵비는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 짓고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다. 기모진의 어머니는 통화 중인지 전화를 들고 있었고 소만리와 기묵비가 손을 잡고 다정히 들어오는 모습에 불쾌한 얼굴로 눈을 흘기고는 전화를 끊었다. “어, 묵비씨, 왔어요?” 기모진의 어머니는 의미심장한 어투로 말하면서 소만리를 힐긋 쳐다봤다. “정말 이 여자랑 결혼하려고요?” 기묵비는 신사답게 미소 지으면서 예의 있게 대답했다.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세요. 이 여자라뇨, 제 약혼녀예요.” “흥.” 기모진의 어머니는 우습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고 기모진이 돌아온 걸 보고는 얼른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모진아, 너 들었니? 너도 봤지? 네 삼촌이 네 전처랑 똑같이 생긴 여자랑 결혼한단다! 정말 재밌네.”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고, 막 계단에서 내려오려던 기모진의 할아버지도 그 소리를 들었다. “묵비 씨, 그때 본가로 돌아왔을 때 그렇게 소만리를 챙기던 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그때 이미 마음에 둔 거죠? 소만리가 죽고 나니 이젠 소만리랑 똑같이 생긴 여자를 어디서 찾아와선 그 여자를 대신하려고, 묵비 씨도 참 대단하네요.” 어머니의 말에 기모진은 그때 그날 밤 일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소만리는 기묵비와 가까이 지냈었고 그 모습에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눈에 거슬렸던 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질투였다. 소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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