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장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곁눈으로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는 호정을 힐끗 보고는 기모진을 따라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 선생님!”
호정은 기모진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기 선생님! 난 산비아에서 일부러 당신을 찾아 여기 왔다구요! 이렇게 무자비하게 날 무시하지 마세요! 기 선생님!”
귀에 거슬리는 호정의 목소리가 멀리서 계속 들려왔다.
기모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최대한 빨리 소만리를 데리고 얼른 상처를 치료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때 쫓겨난 기자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소리를 듣고 몰려왔다.
그들은 기모진을 인터뷰하고 그와 호정의 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캐묻고 싶었지만 기모진에게 다가서기도 전에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세에 눌려 모두들 돌아갔다.
경도에서 기모진은 그들이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함부로 미움을 샀다가는 어떤 후환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곧바로 응급실로 갔다. 의사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손에 난 상처를 치료했다.
서로의 손에 싸인 거즈를 보며 소만리는 가슴이 너무나 아파서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한다고 했잖아. 당신이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소만리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기모진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우린 부부야. 일을 처리해도 내가 해야 해. 내가 연루된 일이잖아.”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입술에 갖다 대며 살며시 키스를 했다.
소만리는 자신이 또다시 다칠까 봐 기모진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다.
그렇지만 기모진과 호정이 서로 만나게 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소만리는 생각했다.
하지만 소만리는 지금 기모진의 눈에서 그녀 못지않은 단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소만리, 우선 당신 집에 가 있어. 내가 지금 그 여자한테 가 볼게. 가서 분명하게 말할 거야.”
“모진.”
소만리는 그를 붙잡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 여자는 지금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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