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장
고승근의 어머니는 체면도 차리지 않은 채 단번에 폭로해 버렸다. 아무런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확 가라앉아 버렸다.
고승겸이 소만리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심하기 전에 자신과 소만리가 예전에 결혼식을 올릴 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이미 입단속을 시켰다.
그런데 고승근의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폭로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이것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고승근도 왕실 계승권에 대한 야욕이 엄청난 자였고 그의 어머니는 당연히 자신의 아들을 돕고 싶었을 것이다.
여지경이 고승겸을 도와주는 것처럼 말이다.
고 씨 집안 어르신의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고 그는 고승겸을 바라보며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승겸아, 이 일은 중대한 일이야. 지금 저 말이 사실이냐?”
“아버님, 이런 자리에서 제가 어떻게 함부로 지껄이겠어요?”
고승근의 어머니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것처럼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고승겸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온화한 웃음을 머금은 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숙모가 굳이 저렇게 말씀하신다면, 네. 소만리도 분명 유부녀이긴 하죠. 몇 달 전에 이미 저와 혼인서약을 맺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소만리와의 혼인이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못했어요.”
고승겸은 싱긋 웃으며 말을 마쳤고 음흉한 눈빛으로 고승근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숙모님, 승근이가 계승권을 쟁취하고 싶어 한다는 거 잘 알아요. 그래서 저와 소만리의 결혼식에서 이런 소란을 피워 할아버지에게 나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주시려던 거였죠?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렇게 쉽게 숙모 말을 믿으시겠어요?”
고승겸은 이 말을 하면서 하객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몇 달 전 청첩장을 받고 소만리와 제가 결혼식을 준비했던 사실을 기억하시리라 믿어요. 하지만 결혼식장에 소만리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나 결혼식이 중지되었었죠. 그 남자는 정신이상자에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 밝혀졌죠.”
그는 말을 마치고 난 후 정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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