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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장

소만리는 하객들 속에서 기모진의 모습을 찾았지만 기모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남연풍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구석에 홀로 앉아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소만리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신부가 경도의 명망 높은 가문 출신이라며?” “집안에서 이미 다 조사했어. 소만리는 경도 최고의 가문이고 능력도 아주 출중하대.” “어쩐지 승겸이가 그녀를 신부로 삼았더라니. 승겸이가 계승권을 얻는데 아주 많이 도움이 되겠군.” 주변에서는 온통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소만리의 청력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척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궁전 바로 앞에 앉아 있는 한 어르신을 발견했다. 그 어르신은 옷깃을 여미고 앉아 있었는데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온몸에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상당했다. 소만리는 이 어르신이 바로 고승겸이 말한 그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옷차림은 매우 단출하고 소박했고 표정은 누구보다 엄숙했지만 미간에서 풍기는 인상은 매우 상냥해 보였다. 고승겸은 얼른 다정하게 웃으며 소만리에게 그를 소개했다. “소만리, 우리 루이스 가문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이자 오늘날 산비아의 통치자이자 군주이셔. 산비아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시지.” 고승겸의 말을 들은 소만리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산비아 군주 님, 안녕하세요. 소만리라고 합니다.” 어르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승겸이처럼 날 할아버지라 불러도 돼.” 할아버지? 알고 보니 이분은 고승겸의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소만리는 마음속으로 추측해 보았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승겸과 고승근이 군주의 자리를 쟁취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소만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할아버지라는 말을 하지는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고승겸의 할아버지는 신분이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일거수일투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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