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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장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느끼게 해 준다고 했잖아.” “고승겸, 고승겸!” “뚜뚜뚜...” 기모진이 고승겸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이미 전화기 너머에서는 끊긴 통화음만 들려왔다. 고승겸은 전화를 끊었고 비행기는 10분 뒤 이륙했다. 기모진은 곧바로 인터넷으로 산비아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후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있는데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기란군의 담임선생님은 울먹이며 횡설수설 말했다. “기란군 아버님, 방금 학교에서 갑자기 화재가 나서 급히 불을 끄고 와 보니 기란군과 같은 반의 다른 친구 한 명이 사라졌어요. 저희가 CCTV를 확인해 보니 두 남자가 불이 난 틈을 타서 그 아이들을 강제로 안고 갔다는 걸 발견했어요.” 이 소식을 듣고 기모진은 즉시 학교로 달려가 CCTV를 재차 확인해 보았다. CCTV에 보이는 두 남자는 처음부터 계획한 듯 학교로 들어와 아이들을 납치해 갔다. 기모진은 이 두 남자를 보고 바로 고승겸이 보낸 사람들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고승겸은 소만리가 끌려간 사실을 기모진이 안다면 곧장 쫓아올 것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끌 요량으로 기란군의 학교에 불을 질렀다. 기모진이 소만리를 빨리 따라잡을 수 없도록 수를 쓴 것이었다. 고승겸은 정말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기모진은 CCTV에서 입을 가린 채 끌려가는 아들을 보며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지금 기모진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소만리도 걱정되었지만 아들의 행방도 묵과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소만리의 현재 상황을 집안 식구들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 그것은 집안 식구들의 걱정만 커지게 할 뿐이었다. 이제 이 모든 것은 기모진 혼자 감당해야 했다. 기모진은 약지의 결혼반지를 바라보며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소만리, 기다려. 내가 아들을 찾아서 집에 무사히 데려다주고 나서 당신 찾으러 바로 갈 테니까. 꼭 기다리고 있어! 기모진은 결혼반지를 바라보며 비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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