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장

”모진, 나쁜 기억 자꾸 떠올리지 마. 난 지금 당신 옆에 이렇게 있잖아. 난 괜찮아.” 기모진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소만리, 나 정말 멍청했지? 그때서야 당신이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았어. 당신은 이미 내 마음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지만 난 그 깊은 사랑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기모진은 안타까운 듯 스스로를 자책했다.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사람은 때로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보다도 더 모를 때가 있어.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탓하지 마.” “당연히 내 탓이지. 이런 좋은 아내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말이야.” 기모진은 농담조로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소만리는 눈앞의 이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물론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소만리, 승겸이는 어디 갔어? 남연풍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 여지경이 그제야 도착해서 황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집을 나서려고 했을 때 갑자기 중요한 전화가 와서 볼일을 보러 갔다 오느라고 여지경은 이제야 도착했다. 소만리는 수술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의사의 말을 전했다. “고승겸이 방금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남연풍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뱃속의 아이는 지킬 수 없었어요.” 이 말에 여지경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녀의 눈빛에서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남연풍은 지금 상황이 어때?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는 거야? 왜 아직도 수술실에 있는 거야?” “의사 말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어요.” 소만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지경은 말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가 되었어요.” “뭐라고!” 여지경은 경악하며 눈을 크게 떴고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어리석어!” 여지경은 원망스러워서 불만을 터뜨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