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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장

”승겸, 큰일 났어!” 안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승겸에게 달려왔다. 고승겸은 안나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남연풍을 떠올렸다. “남연풍 어디 갔는지 알아?” 고승겸이 바로 물었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정신이 없어서 생각이 안 났는데 당신이 남연풍을 못 찾는 걸 보니 생각이 났어.” “요점만 말해.” “화재 현장에서 돌아서서 들어오는데 남연풍이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어렴풋이 본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고승겸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 고승겸의 얼굴에는 보기 드물게 초조함과 걱정이 드리워졌다. 안나는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는 결단력 있게 행동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녀는 지금 더 괴롭기만 했을 것이다. 사실 안나는 남연풍이 길가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을 아까 보았지만 일부러 시간을 좀 지체한 뒤에야 고승겸에게 알렸다. 왜냐하면 남연풍이 좀 더 멀리 가게 시간을 벌어야 고승겸이 그녀를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고승겸은 차를 몰고 남연풍이 갈 만한 곳들을 가 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밤이 깊어지자 짙푸른 달빛 아래 가랑비가 촘촘히 흩날렸고 서늘한 기운이 봄비 내리는 밤을 감쌌다. 기 씨 본가 대문 앞. 휠체어를 탄 남연풍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30분 넘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위청재와 사화정은 거실에 있었고 두 사람은 품에 안긴 손자와 놀아 주며 때때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사돈, 저 여자가 사돈이 말하던 그 여자예요?” 사화정이 확신 없는 말투로 물었다. 밖에는 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고 사화정의 마음속엔 점점 동정심이 일기 시작했다. “30분이나 밖에서 비를 맞고 있어요.” “저 여자가 하루 종일 비를 맞고 있다고 해도 동정할 가치가 하나도 없어요.” 위청재의 태도는 매우 차갑고 강경했다. “사돈, 그동안 사돈이 몸이 안 좋으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많은 일이 있었어요. 소만리와 모진이 저 남연풍한테 당한 일은 말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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