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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9장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저쪽에서 차갑고 나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 딸을 잡은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거야? 설마 네 형과 누나의 복수를 하고 싶지 않은 거야?” 강자풍이 긴 눈썹을 살짝 비틀자 아직 미소년다운 수려한 얼굴에 노한 빛이 떠올랐다. “내가 뭘 했는지 당신한테 설명할 필요 없잖아.” 강자풍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네 형과 누나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 건 모두 내 덕분이란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 “강자풍, 비록 네 누나가 동정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네 친누나였잖아. 강어도 마찬가지고. 그가 너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네가 잘 알고 있을 거야. 설마 네 형과 누나를 죽인 사람들이 유유자적하게 잘 살아가는 것을 두고 볼 생각은 아니지?” “지금 아이가 네 손에 있으니 복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야. 망설이지 마. 망설임은 그저 기모진에게 기회를 줄 뿐이야.” 남자가 하는 말에 깊은 암시가 담겨 있었다. 그의 말투는 강자풍을 유혹하고 꾀어 내기에 충분했고 강자풍의 감정을 요리조리 이끌고 있었다. 말을 마친 후 남자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강자풍은 책상 위로 핸드폰을 던지며 다시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 강어가 남겨 놓은 글을 보고 강자풍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 몇 분 뒤 그는 핸드폰을 들고 이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골수를 찾을 필요 없어요.” “네?” 이반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의 강자풍은 아무 말이 없었다. “강자풍, 듣고 있어요? 지금 골수를 찾을 필요가 없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 아이를 더 이상 신경 안 쓰겠다는 거예요?” 이반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수십 초가 지난 뒤 이반은 아무런 감정 없는 강자풍의 대답을 들었다. “그 아이 죽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두세요. 당신도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말고요.” 매정하고 차가운 말을 내뱉은 강자풍은 이반이 뭐라고 추궁할까 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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