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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8장

이 순간 소만리는 자신이 초요를 위로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30분 후 기모진은 차를 몰고 사월산 바닷가로 다시 돌아왔다. 기모진을 보자마자 초요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물었다. “모진 오빠, 그 사람 만났어요?” 기모진은 기대에 찬 초요의 표정을 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 뭐라고 하던가요?” 기모진은 떠나기 전 기묵비가 한 부탁을 떠올리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고 했어.” 이 짧은 한 마디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초요의 가슴을 헤집었다. 그녀의 눈속을 가득 채웠던 실낱같은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마지막까지 품었던 희망의 끈은 불어오는 바람이 몰고 가 버린 듯 그녀의 눈동자는 휑한 빛을 띠었다. 초요를 집으로 돌려보낸 후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남사택의 집으로 갔다. 남사택은 잠시 진찰하러 병원에 가고 집에 없었다. 기모진이 기묵비를 만나고 온 뒤 소만리는 기모진이 어딘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좀 전까지 초요가 차에 함께 타고 있어서 물어보지 못하다가 그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모진, 숙부님 만나러 갔을 때 무슨 일 있었어? 당신이 초요한테 말한 게 다가 아니지? 그렇게 간단할 리 없잖아.” 그렇지 않아도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했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빨리 눈치챌 줄은 몰랐다. “소만리, 당신 날 너무 잘 아는 것 같아.” 기모진은 감탄해 마지않는 듯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 얘기만 한 건 아니야.” “그럼 또 무슨 얘기가 있었어?” “나한테 부탁한 게 있어.” “무슨 일인데? 초요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응. 다른 사람은 다 알아도 되지만 초요만은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야.” 기모진은 얼굴빛이 약간 굳어지며 말했다. 기모진의 표정을 보니 소만리의 마음속에 더욱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었다. 그만큼 이 일이 중요한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녀가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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