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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장

남연풍은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고승겸의 꽉 눌린 품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코트 안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나서야 코트 주머니를 뒤졌다. 핸드폰은 여전히 진동하며 환하게 화면을 밝히고 있었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그녀는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기모진의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운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등 뒤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어깨를 타고 엄습해 오고 있었다. “역시 당신은 기모진을 사랑하게 되었군. 지금도 그의 전화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말이야.” 고승겸의 싸늘한 목소리가 강한 불만을 품은 채 남연풍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녀가 뭐라고 설명하기도 전에 고승겸은 핸드폰을 빼앗아 벽에다 대고 세게 던져 버렸다. 핸드폰은 곧바로 진동을 멈추었고 화면도 산산조각이 났다. 부서진 핸드폰을 멍하니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자니 끝없는 쓸쓸함이 남연풍의 세포 하나하나를 덮쳐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고승겸은 몸을 일으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셔츠를 걸치고 벗었던 옷을 하나씩 입기 시작했다. 마치 조금 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여느 때와 같이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뽐냈다. 그는 평소와는 달리 아주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남연풍을 노려보았다. “가련한 척하지 마. 예전에도 날 그런 눈으로 꼬셨잖아, 그렇지? 흥.” 고승겸은 끝없이 비아냥거리며 경멸에 가득 찬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홀연히 돌아섰다. 남연풍은 벽에 부딪혀 깨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핸드폰은 부서져 켜지지 않았고 화면에는 깨진 자국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하지만 핸드폰에는 중요한 자료들이 많아서 그녀는 우선 핸드폰을 보관해 두었다. 무겁고 욱신한 몸을 이끌고 일어선 남연풍은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려다 뒤돌아보니 책상 위에 던져진 액자가 보였다. 그녀가 다가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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