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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3장

기모진은 차가운 어조로 곧바로 물었고 상대편의 대답을 듣고는 곧장 문으로 향했다. “기다려. 내가 곧 갈 테니까!” 그는 명령조로 말을 내뱉고는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 그는 잠든 소만리를 애틋하게 돌아보고 그제야 단호하게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호텔을 나서자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호텔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빨간 코트를 입은 남연풍이 나무 밑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모진은 걸음을 재촉했고 발소리를 들은 남연풍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동작 한 번 빠르군. 역시 당신 마음속에 소만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보틍이 아닌 모양이야. 내가 목표를 잘못 선택한 게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지.” 그녀는 웃는 얼굴로 담배를 피우며 유유자적하게 기모진에게 다가왔다. 흩날리는 하얀 눈이 그녀의 빨간 코트 어깨 위에 앉았다. 붉은색과 흰색의 조합은 언제나 강렬한 대조를 이루었다. 어둠을 삼켜 버릴 듯한 기모진의 강렬한 눈빛을 보며 남연풍은 유유히 입을 열었다. 기모진은 빙빙 돌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나한테 그런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말해봐! 당신 목적이 뭐야!” 기모진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자 남연풍도 빙빙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불붙은 담뱃재를 털어내고 손을 몸 쪽으로 흔들자 가늘고 긴 손가락 끝에 끼워져 있던 담배꽁초가 빛을 잃고 희미해졌다. “기모진, 난 당신이 경도에서 아주 덕망 높은 사업가로 지체가 높은 인물이라고 알고 있어. 많은 방면에서 영향력이 있고 경도의 유명한 사람들도 다들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고 잘 보이려고 애를 쓰지. 그야말로 당신은 경도에서 둘째가라면 섭섭할 일류이지.” “그래서?” 기모진은 짜증스럽게 따져 물었다. “그래서...” 남연풍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경도는 좋은 곳이야. 국제 도시이고 도시가 가진 잠재력도 아주 많고 도시 자체가 가진 역량도 좋아. 내 고향이기도 하지. 나도 좋아해, 경도.” 이 말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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