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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2장

소만리는 움직이지 않고 베란다에 서서 시선을 바닥에 있는 그 핏자국 위로 던졌다. 어젯밤 기모진의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였다. 말라붙은 핏자국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눈빛은 비장하고 굳건했다. 모진, 지난 내 한 걸음은 내가 분명 잘못 들였어. 하지만 지금 이 한 걸음은 절대 잘못되게 하지 않을 거야. “딸깍.” 뒤에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만리는 발소리가 자신을 향해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리 들어도 고승겸의 발걸음 같지가 않았다. 그녀는 침착하고 담담하게 고개를 돌렸다. 안나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도도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흥.” 안나는 냉소를 날리며 입을 열었다.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도 셋이나 있는 여자가 무슨 매력이 있는지 정말 모르겠어. 소만리, 무슨 수를 써서 겸이 오빠를 구워삶았는지 좀 가르쳐 줘? 어?” 안나의 시큰둥한 표정을 보며 소만리는 그보다 더 경멸하는 눈빛으로 안나를 쳐다보았다. “안나, 당신 정말 바보야? 아니면 순진한 척하는 거야? 너의 이런 인품으로는 고승겸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남자한테도 인정받을 수 없어. 고승겸도 남자인데 당신의 진면목을 보고서야 어떻게 당신한테 진정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어?” 안나의 얼굴빛이 갑자기 확 변했다. “너...” “하지만 네가 조금이라도 머리가 좋았다면 지금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거야.” “소만리, 네가 곧 자작부인이 된다고 해서 정말 나한테 훈계라도 해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야!” 안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소만리를 노려보았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양이었다. 소만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 “내 신분이 어떻든 간에 너한테 이 정도 훈계하는 것에는 아무 지장이 없어.” “뭐...” 이번에는 도저히 못 참겠는지 안나는 화가 나서 손을 번쩍 들어 소만리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소만리는 민첩하게 반응을 보이며 안나의 손목을 잡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안타까워. 네가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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