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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9장

갑자기 소만리의 귓가에 차갑고 언짢은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있던 여자가 소만리의 마스크를 벗기려고 내민 손도 남자의 손에 의해 저지당했다. 소만리는 눈을 번쩍 들어 올려 깎아지른 듯한 날카로운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만리는 황급히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옆으로 비켜섰다. 남자는 소만리를 한번 흘끗 보고는 곧바로 차가운 시선을 교활하고 제멋대로인 그 여자에게 던졌다. “누가 여기에 들어오라고 했어? 또 누가 너한테 이 여자 건드려도 된다고 했어?” 남자는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여자를 꾸짖었다. 젊은 여자는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얼굴에 억울한 표정을 가득 실은 채 입을 열었다. “고승겸, 이 여자 때문에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해!” 고승겸. 알고 보니 이 남자의 이름이 고승겸이었다. 소만리는 그제야 이 남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소만리는 이 남자와 이 여자 사이의 관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들은 결코 부부 사이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방금 이 여자는 자신을 안주인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신 누구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소만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잠자코 있자 남자가 냉혹한 표정으로 여자를 향해 말했다. 그의 말투는 듣기에 굉장히 차분한 것 같지만 숨은 기세는 내공이 대단해 보였다. 소만리는 이 여자의 태도가 곧바로 수그러드는 것을 보았고 여자의 말투는 순간적으로 부드러워졌고 표정마저 마치 성난 어미 호랑이에서 귀여운 새끼 양으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 “겸 오빠, 내가 일부러 이렇게 흉악하게 굴려는 건 아닌데. 그렇지만 오빠가 이렇게 오랫동안 나를 만나지도 않고 이런 여자를 곁에 두니까 내가 오빠 약혼녀로서 약간 신경이 쓰이잖아.” 알고 보니 남자의 약혼녀였다. 소만리는 심중에 품고 있던 의혹이 풀리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고승겸을 향한 이 여자의 뜨거운 애정이 느껴졌으나 왠지 이 남자는 여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 귀찮아하는 것처럼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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