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4장
사실 기모진에게 딱히 처리해야 될 급한 일은 없었다.
단지 아무 이유 없이 지금 소만리와 단둘이 있는 것이 너무나 불편할 뿐이었다.
소만리,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변하기 시작한 걸까?
아니야.
기모진은 얼른 부정했다.
그녀를 향한 기모진의 감정은 동요할 만한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갑자기 이렇게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기모진은 그런 자신이 너무나 낯설고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지금 너무 피곤하고 지친 상태여서 이런 감정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소만리는 이름 없는 섬에서 며칠을 보냈다.
요 며칠 경연은 항상 낮에 나타났다가 밤에 사라졌다.
그의 말에 따라 유추해 보면 경도의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았다.
돈으로 자유를 샀다고는 했지만 완전한 자유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도 결국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난밤 소만리는 잠결에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희미한 불빛 아래 경연의 부드러운 눈매를 포착했고 소만리는 경계하며 일어나 앉았다.
“두려워하지 마. 다시는 당신을 해치지 않겠다고 했잖아.”
“당신 말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어.”
소만리는 경연의 말을 일축하며 부정했다.
“애초에 당신을 너무 믿었기 때문에 내가 당신의 올가미에 한 발짝씩 들어간 거야.”
소만리의 원망과 경계를 느끼며 경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당신한테 줄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일어나 봐.”
선물?
소만리는 경연이 말한 선물이 좋은 선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경연이 방을 나간 뒤에야 소만리는 어슬렁어슬렁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 작은 섬에서는 아무도 그녀의 행동을 제한하지 않았다.
하긴 떠나고 싶어 발버둥을 쳐봤자 절대 불가능한 곳, 여기는 섬이다.
그래서 경연은 안심하고 소만리에게 자유롭게 드나들며 행동하게 했다.
소만리가 침실을 나서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고 상쾌한 공기가 꽃향기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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