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6장
AB형.
소만리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줄곧 티슈에 묻은 피가 기모진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지만 어젯밤 A형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놓았었다.
그런데 유전자가 변이된 후 혈액형까지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기모진은 AB형이다.
소만리는 갑자기 온몸이 불편하고 가슴이 따끔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소만리, 이 혈액 샘플 어디서 받았어요? 우리 패널 연구에 따르면 이 사람이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몸 안에 있는 독소가 퍼져 5기가 되면 죽는다고 하는데요.”
죽는다는 말을 들으니 날카로운 칼이 소만리의 가슴을 관통해 두 동강이를 내는 것 같았다.
상처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그녀의 온몸으로 퍼졌다.
모든 일은 다 그녀의 추측이었지만 가슴의 통증이 그녀에게 그녀의 추측이 거의 맞음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실험실을 나온 후 소만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소만리는 우선 경연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경연은 소만리의 전화를 받았을 때 뭔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소만리의 말투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10여 분 후, 소만리는 그를 찾아가서 바로 돌리지 않고 물었다.
“경연, 혹시 아직 나한테 숨긴 일이 있어요?”
경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소만리가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지 짐작이 갔다.
소만리는 그에게 다가와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기모진이 나와 아이에게 차갑게 대하는 이유가 단지 스파이였기 때문만은 아니죠?”
“그 사람이 아픈가요? 심각한 병에 걸려 이미 너무 늦어서 치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건가요?”
점점 무거워지는 경연의 얼굴빛을 보며 소만리는 그의 팔을 잡았다.
“경연, 말해 봐요. 기모진이 정말 죽어요?”
여기까지 듣고 경연은 더 이상 기모진의 상황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는 붉어진 소만리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만리는 숨이 막혔고 그 순간 하늘과 땅이 빙빙 돌았다.
도저히 자신의 심장박동을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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