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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도범, 너 미쳤어? 네가 우리 집 데릴사위라는 거 잊은 거야? 전쟁터에 나가서 힘 좀 키웠다고 감히 나한테 대들어?” 박이성이 이를 악물고 일어설 준비를 했다. “쿵!” 그 모습을 본 도범이 다시 그를 바닥에 엎드리게 하자 박이성의 옆으로 먼지가 휘날렸다. “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 도범이 한 발로 박이성의 팔뚝을 밟은 채 말했다. “아!” 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박이성이 비명을 질렀다. “쓰레기 같은 자식…” 박이성은 고개를 들자마자 도범의 냉랭한 눈빛을 마주했다. 그는 두려움에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했다. “먹을 거야, 말 거야. 안 먹으면 지금 여기서 죽여버릴 거니까!” 도범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먹, 먹을게!” 도범의 기세에 완전히 놀란 박이성은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더러워진 만두를 입속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지유야, 그동안 수아 돌봐줘서 고마워, 시율이는 지금 안에 있지?” 도범이 지유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지유는 예전부터 박시율의 시중을 들어주던 하인이었기에 두 사람의 사이는 무척 좋았다. “아가씨, 아가씨는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났어요. 그때 박 씨 집안에서 수아를 낳는 걸 반대했는데 아가씨께서 그 말을 듣지 않아서…” 지유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가자, 시율이가 있는 곳으로!” 도범이 수아를 안으며 말했다. “수아야, 앞으로 그 누구도 시율이를 괴롭히지 못 할 거야!” “예쁜 언니, 이 사람 누구예요?” 수아는 방금 전의 광경에 놀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수아야, 이 분은 수아 아빠야. 얼른 아빠라고 불러, 수아 아빠는 죽지 않았어, 이렇게 살아서 다시 수아 만나러 온 거야!”  지유는 말을 하면서도 콧망울이 시큰해졌다. 5년 동안 박시율이 너무 고생스럽게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말 우리 아빠예요?” 수아가 입술을 오므렸다가 피더니 두 눈을 밝히며 말했다. “다들 우리 아빠가 죽었다고 했는데 정말 우리 아빠예요? 엄마는 아빠가 무조건 살아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아빠가 돌아오면 더 이상 쓰레기를 줍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수아의 말을 들은 도범이 울컥했다. 대하의 유일한 장군인 그의 두 눈이 새빨개졌다. “지유야, 너 생각 잘 해, 박 씨 집안을 나가는 순간 더 이상 여기서 일 못 하는 거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박 씨 집안 하인이 되고 싶어 하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만두 두 개를 다 먹은 박이성이 표독스럽게 소리쳤다. “말이 많네!” 도범이 박이성을 향해 발길질을 하자 박이성은 멀리 나가떨어져 피를 토하다 의식을 잃었다. “잘 했어요, 나쁜 사람, 쌤통이다!”  그 모습을 본 수아가 흥분해서 말했다. “이 일자리 없어도 돼요, 가요, 도범 도련님, 제가 시율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지유가 마음을 굳히더니 수아를 보며 말했다. “수아야, 얼른 아빠라고 불러야지.” 하지만 수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이 지나서야 앳된 목소리로 도범을 불렀다. “아빠…” “그래그래, 우리 수아 착하네, 아빠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도범이 웃으며 옆에 있는 괜찮아 보이는 식당으로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네, 좋아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수아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빛이 반짝이는 한 쌍의 큰 눈을 가진 아이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도련님, 아가씨한테 전화라도 할까요? 도련님께서 돌아오신 걸 알면 굉장히 좋아할 거예요!” 옆에 있던 지유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금방 돌아갈 거니까!” “지유야, 앞으로도 아가씨랑 수아는 네가 보살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걱정하지 마, 월급은 두둑이 챙겨줄 테니까!” 도범이 말했다. “제가 듣기론 이번에 전쟁터를 떠난 전사에게 적지 않은 보조금이 주어진다고 하던데, 적어도 이천에서 사천만 원은 된다고 들었는데 도련님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 거예요?” 도범이 대답을 하기 전, 지유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다시 웃으며 덧붙였다. “저랑 아가씨 사이가 좋은 거 알고 계시잖아요, 시율 아가씨를 보살필 수 있다면 저는 좋아요. 월급 같은 건 상관없고 밥만 먹을 수 있으면 돼요!” “그래, 나름 괜찮은 수준이라고 들었다!” 도범이 웃으며 대답했다. 돈은 오래전부터 그에게 있어서 딱히 상관없는 것이 되었다. 도범이 원한다면 전화 한 통만으로도 중주의 갑부를 거뜬히 제칠 수 있었다. “맞다, 도련님, 수아 박 씨 집안 성을 따랐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도련님 장인어른이랑 장모님께서 도련님 신분을 꺼려 하는 바람에, 그리고 모두 도련님께서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유가 고민하다 말했다. “그래…” 지유의 말을 들은 도범이 대답했다. “수아가 나랑 시율이 딸이면 그만이지!”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며 나름 괜찮아 보이는 중식당으로 들어섰다. 중식당의 웨이터는 꼬질한 모습을 한 수아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왜 그러는 거죠?” 웨이터의 눈빛을 알아차린 도범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기 구석으로 가서 앉는 건 어떨까요?” 웨이터는 도범의 눈빛에 놀라며 구석을 가리켰다. 도범이 주위를 둘러보니 밥 먹는 시간대가 아니라 식당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웨이터는 그들을 사람이 별로 없는 구석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그래요!” 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웨이터를 난감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두 사람을 데리고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감사합니다!” 웨이터는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메뉴판을 가져다줬다. “지유야, 같이 먹자, 먹고 싶은 걸로 골라!” 도범이 웃으며 메뉴판을 수아와 지유에게 건네줬다. “수아는 뭐 좋아해?” “아빠, 다 맛있어 보여요. 수아는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수아가 메뉴판 속의 사진을 보며 침을 삼켰다. “그래, 뭐 이, 삼십 가지쯤 되어 보이는데 한 가지씩 다 주문하자!” 도범은 수아 같은 딸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 다리를 탁 치며 말했다. “도련님, 너무 비싸요. 다 주문하면 사, 오백만 원은 나올 거예요! 그리고 셋이서 그렇게 많은 음식을 어떻게 다 먹어요.” 지유는 수아를 지나치게 예뻐하는 도범을 보며 난감해졌다.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이렇게 돈을 쓰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딸한테 밥을 사주는 건데 인색하게 굴 순 없지.” 도범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요, 메뉴판에 있는 거 전부 주문할게요, 다 못 먹어도 상관없으니까. 우리 딸한테 맛보게 하고 싶어서요.” “네, 네,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하다는 듯 도범을 보다 자리를 떠났다. “아빠는 화장실에 갔다 올게!” 말을 마친 도범이 웃으며 화장실로 갔다. 하지만 도범이 금방 자리를 뜨자마자 일곱 여덟 명의 양아치들이 건들한 모습으로 식당에 들어섰다. 그들은 자리를 잡곤 음식을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중의 한 사람은 옆 테이블의 수아를 보자마자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뭐야? 입맛 떨어지게 하는 물건이잖아?” “젠장, 거지랑 같이 밥을 먹으라고? 격 떨어지게.” “용형, 저 꼬맹이는 밖에 던져버리고 여자는 곱상하게 생겼으니까 저희랑 같이 술이라도 마시자고 할까요?” 한 남자가 일어서며 말했다. 빡빡이 머리를 한 용형이라는 남자가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좋지, 남자들끼리 술 마시면 재미없잖아. 어서 가, 이 일은 너한테 맡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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