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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떳떳? 그런 옷 안 입었으면 믿을 뻔했네요!” 박시연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안에 옷이 꽤 많아 보이는데 시율이한테도 사줬나 봐요. 합치면 적어도 몇 백만 원은 할 텐데.” 박시윤은 말을 하며 쇼핑백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원피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니, 이건 한정판인데. 이 원피스 적어도 몇 천만 원은 할 텐데, 그것도 최근에 나온 신상인데!” 그 말을 들은 박 씨 집안사람들이 의아하게 서로를 쳐다봤다. 이런 원피스를 그들도 살 수는 있었지만 도범이 이런 옷을 살 수 있다는 건 이상했다. 더구나 시계나 액세서리도 아닌 원피스 하나를 사는데 몇 천만 원을 쓸 때에는 그들도 한 번쯤은 고민을 해봐야 했다. “치마 다시 넣어두세요, 괜히 만졌다가 시율이 원피스만 더럽히지 말고.” 원피스를 꺼낸 박시연을 본 도범이 어두워진 안색으로 말했다. 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연이 생각에 잠기더니 원피스를 다시 넣었다. 그리곤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알겠네요, 당신들 짝퉁을 산 거죠. 쯧쯧, 보기에는 정말 진짜 같아서 하마터면 믿을 뻔했네요.” 사람들도 그제야 깨달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저렇게 가난한 세 사람이 한정판 원피스를 살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서정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담긴 옷들이 전부 짝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시연, 이게 진짜든 가짜든 너랑은 딱히 상관없는 거잖아, 이거 내 남편이 나한테 사준 선물이야. 우리 남편이 사준 게 진짜든 가짜든 나는 다 좋아!” 박시율은 끊임없이 자신들을 얕잡아보는 박시연을 보다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남자친구 하나 없는 누구보다는 낫지 않아? 설마 지금 나를 부러워하는 건 아니겠지?” “너…” 박시연은 화가 났다. 자신도 누구에게 뒤처지는 외모를 가진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남자친구가 없었기에 박시율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언짢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차갑게 웃으며 맞받아쳤다. “너를 부러워하다니? 농담하는 거지? 네가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난 걸 부러워해야 하는 거니? 내가 아직 남자친구를 찾지 못한 건 돈 있는 남자를 찾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 거야. 누구랑은 달리 배달부나 찾아서 결혼하려는 게 아니라.” 말을 멈췄던 박시연이 다시 박시율을 비웃었다. “그리고 결혼할 때에도 제대로 된 결혼식 하나 치르지 못했잖아, 예물은 더더욱 없었고. 우리 박 씨 집안 망신은 네가 다 시킨 거야.” “내가 좋아서 선택한 거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박시율도 지지 않고 말했다. “그래,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지겠다고 애를 쓰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어?” 박시연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덧붙였다. “아무튼 나는 그런 고생하면서 살지 않을 거야.” “그만!” 그때, 박 씨 어르신이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박 씨 어르신은 나이가 지긋했지만 위엄이 있었기에 집안은 금방 조용해졌다. 도범 앞으로 온 박 씨 어르신이 그를 자세히 뜯어봤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어르신은 도범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누구도 감히 도범을 모독해서는 안 될 그런 분위기를 내뿜었다. ‘지금 눈앞에 선 이 사람이 정말 5년 전, 자신의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무릎을 꿇고 2억을 구걸하던 그 사람이 맞나?’ 박 씨 어르신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도범에게 물었다. “말해 봐, 얼마면 돼, 얼마를 주면 시율이 곁을 떠날 거야?” 박시율이 아이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박 씨 어르신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박시율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절대 이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범을 움직인다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박시율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 돈의 힘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한 사이였지만 큰 감정은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범은 침묵을 지켰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5년 전,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도범은 2억을 위해 다른 사람 앞에 무릎을 꿇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르신, 이번에는 실망시켜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시율이 제 여자입니다, 제 아이를 위해 5년 동안 고생을 했는데 제가 어떻게 시율이 곁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도범이 담담하게 웃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박시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5년 동안 헛고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씨 어르신은 수표 한 장을 꺼내더니 자신의 이름을 쓴 뒤, 도범에게 건넸다. “우리 박 씨 집안은 너 같은 데릴사위를 좋아할 수 없다, 그때 너랑 시율이가 가짜 결혼을 하는 것을 허락한 것도 네가 이성이 대신 전쟁터에 나가줬으면 해서였다. 이번에 너를 죽이지 않은 것은 시율이랑 수아를 봐서 그런 거니 지금 당장 떠나도록 해!” “액수는 마음대로 적도록 해, 중주에 있는 은행이라면 어디서든 돈을 바꿀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성이를 때린 일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으마!” 박 씨 어르신의 입장에서는 이미 많이 양보한 것이었다. “할아버지, 그냥 죽이죠, 이놈이 제 손까지 부러뜨렸는데…” 박이성이 어르신의 말을 듣더니 화가 나 말했다. “입 다물어!” 하지만 박 씨 어르신은 몸을 돌려 박이성을 쏘아봤다. “박이성, 네가 평소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내가 정말 모를 것 같으냐? 내 몸이 부실해서 밖에 나가는 일이 드물다고는 하지만 눈이 먼 것은 아니다. 네가 회사를 인수하고 나서부터 몇 년 동안 회사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거 다 알고 있다, 너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말을 멈췄던 박 씨 어르신이 다시 입을 뗐다. “네가 시율이를 괴롭히고 있는 건 나도 더 이상 상관하고 싶지 않다, 나도 시율이가 수아를 낳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하지만 어쨌든 수아는 시율이 딸이다, 이제 고작 4살 밖에 안 된 아이한테 짓밟은 만두를 먹게 하는 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야.” “아버지, 그래도 도범이 이성이를 저렇게 때린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도범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도 없으니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잖아요!” 박이성의 아버지, 박준식이 말했다. “그래? 그럼 진실이 무엇인지 내 직접 조사해 볼까?” 박 씨 어르신의 말을 들은 박준식이 입을 다물었다. 박 씨 어르신은 박준식을 보다 다시 말했다. “이성이 저렇게 된 거, 매일 형편없는 여자들이랑 밖으로 돌아다녀서 그래. 너에게 책임이 있어, 네가 이성이를 저렇게 키운 거야. 우리 집안도 어렵게 이렇게까지 성장했는데 정말 언젠가 네 아들 손에 망할까 봐 겁도 안 나는 것이냐?” “할아버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나가서 술을 마시는 건 모두 사업을 위한 거라고요!” 박이성이 어색하게 웃더니 다시 덧붙였다. “그리고 최근 두 달 동안 회사 실적도 많이 올라왔어요. 저를 믿으셔야죠, 제가 올해 열심히 돈 벌어서 그전에 손해 본 것까지 다 벌어올게요.” 박 씨 집안의 이런 상황을 보고 나니 도범은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녀가 평범한 도범에게 시집을 간 게 화가 나 박 씨 어르신께서는 박시율을 박 씨 집안에서 쫓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5년 동안 화도 많이 가라앉았으니 그래도 박시율과 수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박 씨 어르신께서는 그래도 자신의 손녀딸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른 적어라, 이 수표를 가지고 우리 집안과 인연을 끊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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