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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장

얼마 지나지 않아 벨 소리가 울렸고 진아연은 듣고 있었지만 문 열 생각이 없었고 누군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마치 속이 텅 빈 몸뚱이만 남아 물 위를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익사할 것 같았지만 죽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왜 이런 절망적인 감정에 시달리는지 생각한 그녀는 여전히 그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다는 답을 내렸다. 그의 거짓말에 매번 속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교훈을 얻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게 그의 계획이라 단정 짓고 떠났을 거다! 그녀는 끊임없이 울리는 벨 소리 때문에 머리가 찢어질 듯 아팠고 문을 열지 않는다면 문밖의 사람이 포기하지 않을 듯했다. 그녀는 침대를 부축해 몸을 서서히 일으키고 문 쪽으로 향했다. 그녀가 문을 열자 키가 크고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떡하니 서 있었고 진아연은 그를 보자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진아연! 오해야! 나 방금 방에 없었어. 너를 방으로 보낸 후, 누가 연회로 불러 술 마시러 갔어." 박시준은 붉어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더니 가슴이 미어졌다. 박시준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고 진아연은 그한테서 풍기는 술 냄새를 맡으며 파르르 떨고 있는 눈동자로 그를 자세히 훑어봤다. 단정한 옷차림에 구겨진 자국도 찾을 수 없었다. 박시준은 눈살을 찌루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방금 소정 씨가 연락해 갑자기 욕설을 퍼부었어!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거야." 진아연은 그의 말에 당황스러운 듯 몸을 돌렸다. 이제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거다. "내 방에 들어왔던 여자는 전 회장의 조카야. 전에 몇 번 봤는데 친한 사이는 아니고 사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야. 만약 그때 방에 있었다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거야." 박시준은 그녀가 도망갈까 봐 급히 다가가 어깨를 잡고 사실을 알렸다. "그럼 그녀에게 문을 열어준 사람은 누구죠? 제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봤어요." 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자신의 불만을 알렸다. "웨이터야." 그는 숨을 헐떡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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