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0장
"네 주변에 있는 대학 동기들에게 한 번 물어봐. 생각이 있고 목표가 명확한 사람들은 벌써 여러 가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공부를 더 하거나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너만 머리가 텅 빈 채 노력할 생각을 안 해."
라엘이의 말을 들은 지성이가 게임을 종료했다.
"누나, 나 이제 집에서 게임 안 할래."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매일 저녁 먹으러 오면 여기서 게임을 하고 있잖아. 너 다른 할 일은 없어?"
"누나, 나 책 보러 갈게." 지성이가 시무룩해서 방에 돌아가려 했다.
"잠깐, 나 너무 많이 먹었는데 함께 나가서 산책 좀 하자." 라엘이가 문 앞에 다가가 코트를 입었다.
지성이는 곧 기뻐하며 따라나섰다.
이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이랬다. 무슨 일이 생겼든 라엘이는 지성이에게 조금만 잘해주면 지성이는 곧 껌딱지처럼 라엘이를 따라다녔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주방에 있던 진아연과 박시준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들이 평소 지성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은 건 라엘이가 주기 때문이었다.
온 가족이 지성이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면 지성이가 힘들어질 것이다.
사실 라엘이도 지성이 앞에서만 강하게 나오는데 이건 아마 피로 인한 본능적인 압박감인 것 같았다.
토요일 아침.
진아연과 박시준은 김세연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라엘이는 주말에 보통 늦잠을 자는데 점심 때가 되어야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오늘 의외로 진아연과 박시준이 외출하려고 할 때 라엘이도 외출준비를 했다.
라엘이는 모 브랜드의 최신 봄 재킷을 입고 긴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드리워 있었는데 오일을 발랐는지 향긋한 냄새가 났다.
얼굴에도 정교한 화장을 해 낯빛이 좋아 보였다.
"라엘아. 외출하려고? 아침 안 먹었지?" 진아연이 물었다.
두 사람이 아침을 먹을 때 라엘과 지성이 모두 안 내려왔었다.
두 아이는 약속이나 한 듯 늦잠을 자고 있어서 부를 수 없었다.
"방에서 간식을 좀 먹었더니 배가 안 고파요." 라엘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C국 왕자와 만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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