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3장
엄도훈은 심경이 복잡해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하현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여웅은 분명 먼저 떠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하현이 불쑥 튀어나와 그를 붙잡은 것이다.
하현이 너무나 오만하고 독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감이 넘쳐서 이여웅 같은 인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구경꾼들은 말할 것도 없이 어안이 벙벙했다.
금정 바닥에서 이렇게까지 이여웅의 체면을 무시하며 오만하게 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식사를 엉망으로 만들고 내 옷까지 더럽혔어. 무엇보다 내 기분을 완전히 망쳐 놨어.”
하현은 당연하다는 듯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당신 같으면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
“내가 엄도훈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겠어.”
“다만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런 다음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오늘 있었던 일은 없던 것으로 해주지.”
“만약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서서 들어왔다가 누워서 나가게 될 거야...”
하현은 거침없는 말솜씨로 좌중을 압도했다.
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미쳤다!
진짜로 미쳤어!
어떻게 데릴사위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가 있는가?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하늘이 만든 재난은 피할 수나 있지만 자신이 만든 재난은 피할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이여웅은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오히려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다 큰 성인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또 처음이야!”
“나보다 더 날뛰는 사람을 본 것도 처음이고!”
“엄도훈 회장. 오늘 밤 당신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 내 말 잘 들어!”
“이 데릴사위 놈은 내 손에 죽어야겠어!”
그러자 이여웅은 손을 흔들었다.
“이놈 처리해!”
십여 명의 사내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허리춤에서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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