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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1장

엄도훈이 지금까지 무사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건달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싸우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인 그의 몸에 혈기가 항상 돌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이미 수천 번은 죽어도 더 죽었을 것이다. “곧 죽는다구요?!” 엄도훈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팔괘경에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형님, 이 물건은 제가 골동품 시장에서 사 온 거예요.” “몇만 원짜리 물건인데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겁니까?” 엄도훈 같은 건달들은 주먹이 곧 도리라고 믿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풍수나 관상술 같은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로 풍수라는 것이 있다면 아무리 해도 풍수를 이길 수 없는데 사람들이 뭐 하러 고군분투하겠는가? 사실 엄도훈은 하현이 오늘 자신과 싸우고 난 뒤 살짝 겁주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현에게 밟혀 제대로 호된 맛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까지 할 뻔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툭 내뱉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마음이지.” 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방금 사람을 찌르려던 그 비수를 가슴에 달고 있어. 그 물건에 혈기가 있으니 당신의 목숨을 구해 줄 거야.”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하현은 말을 마치며 돌아섰다. 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자마자 가타부타 말이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현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을 속이는 방법도 어지간해야지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현이 떠난 뒤에 엄도훈은 정형외과에 가서 뼈를 맞추려고 손을 늘어뜨린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가 건물을 나와 막 대문 쪽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지붕 기와가 미끄러져 내려와서 ‘퍽’소리를 내며 그의 이마에 떨어졌다. 엄도훈은 머리를 감싸고 욕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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