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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화

별장 2층 창틀에 하늘이 풀쩍 뛰어 오르더니 밖을 살폈다. “엄마, 아빠가 또 대문 앞을 지키고 있어요.” 며칠 동안 하준의 차는 매일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여름이 출근을 한 다음에야 그 자리를 떠나곤 했다. 이제 여름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냥 내버려 두고 우리 하늘이는 가서 자자.” 여름은 하늘이를 안아 내리면서 커튼을 확 쳤다. 혹시라도 하준이 하늘이를 발견할까 봐 두려웠다. “엄마, 저러다가 엄마랑 유진이 아저씨가 결혼하는 거 알게 되면 어떡해요?” 하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회사에는 출장 간다고 말해 놨거든. 그리고 며칠 걸리지도 않을 거고.” 여름이 하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혹시… 엄마가 결혼하는 거 신경 쓰이니?” “아뇨. 난 드디어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기뻐요.” 하늘이 진지하게 말했다. “유진이 아저씨는 나랑 여울이한테도 잘 해주니까요. 만약에 아저씨가 엄마한테 나쁘게 하면 내가 혼내줄 거야. 나 이제 태권도도 아주 잘 해요 하늘이가 커서 엄청 힘이 세지면 이제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착하구나.” 여름은 하늘의 이마에 입을 쪽 맞추었다. ---- 다음날. 여름은 차를 타고 별장에서 나왔다. 대문에서 나오더니 마치 하준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대로 차를 몰고 가버렸다. 하준은 여름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괴로웠다. 전에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다가와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제는 얼굴 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어쨌거나 여름이 출근을 했으니 하준도 계속 거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밤이 되자 하준은 다시 벨레스 별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장춘자가 본가로 오라고 전화했다. 본가에 도착했을 때는 6시였다. 여울이가 장춘자, 최대범과 식사 중이었다. 집에 들어오는 하준의 모습을 보고 여울은 마음이 아파서 숟가락을 물었다. 아직 어리긴 해도 아빠가 얼마나 말랐는지가 눈에 보였다. 바짝 깎던 머리도 좀 길어져 날카롭고 수려하던 모습이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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