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2화
콕콕 찌르는 임윤서의 말에 하준의 가슴팍이 크게 들썩였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여름의 얼굴을 보자니 갑자기 얼마 전 두 사람이 여주산을 여행하던 때 여름의 생기발랄하고 웃을 때는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얼굴이 생각났다.
그러나 눈 깜짝할 새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미안…”
“사과는 됐어.”
여름의 차가운 목소리가 하준의 말을 막았다.
“영원히 용서 못 하거든.”
“사랑스러운 백지안에게나 가보시지.”
윤서가 비꼬았다.
“사랑스러운 백지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가서 무작정 보호하잖아요. 당신에게 백지안은 영원히 특별한 자리를 자치하고 있어요. 왜 인정을 안 하지?
말로는 사랑하지 않는다면서도 백지안을 지켜주려고 하고. 여름이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면서, 여름이가 지안이를 다치게 하는 꼴은 못 보죠. 그리고 백지안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잖아요. 뭐, 아침 드라마 찍나?”
팩트로 정곡을 확 찔린 하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 꼴을 보자니 윤서는 속이 시원했다.
“아, 그리고 방금 백지안에게 하는 말을 듣자니, 뭐? 현금에 집에 차에…. 맙소사 세계 최고의 위자료 아닌가 몰라? 우리 여름이랑 헤어질 때는 뭘 줬더라?”
“여름아, 다시는 안 그럴게, 맹세해!
다급한 하준이 외쳤다.
임윤서의 마지막 말에 하준은 자신이 여름에게 얼마나 무자비했던지를 깨달았다.
“맹세 따위 하지도 말아요. 그 헌신짝 같은 맹세 따위! 이제는 나에게서 떨어져! 매정 당신이 나에게 준 것은 행복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고통이었을 뿐이야. 이제 그만 괴롭혀.”
여름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증오가 가득 찬 여름의 시선을 보자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가가려도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름이 완전히 떠나고 나서야 굳었던 몸이 풀렸다.
어떻게 법원을 걸어 나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혼자서 거리를 얼마나 걸었는지 피곤해서 버스 정류장에 눈에 띄자 가서 줄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풀썩 앉았다.
상혁이 양산을 들고 왔다.
“해가 너무 뜨겁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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