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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화

하준은 얇은 입술을 핥았다. 변호사로서, 이런 시점에 입을 열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확고부동한 증거 앞에서 하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백윤택은 하준이 꼼짝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 “저기, 빨리 뭐라고 변론을 좀 해 봐. 잘못하면 육민관이 풀려난다고.” 주 변호사는 상황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최하준 변호사가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변호사계의 신화라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 최 변호사도 말씀하셨다시피 변호사는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말재주를 따지면 저는 최 변호사보다 한참 부족할 겁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이런 사건의 가해자로 몰린 육민관은 이제 겨우 21살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내면 삶의 가장 빛나는 황금 시기를 다 놓치게 됩니다. 제일 안타까운 점은 육민관 씨야말로 납치 피해자이며, 심지어 약물까지 투여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말을 듣고 청중들은 심하게 동요했다. 최하준의 가슴이 심하게 들썩거렸다. 머리에는 최양하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경찰도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하준은 강여름에게 혐의를 벗을 기회조차도 주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청중석에 앉은 강여름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여름은 하준 쪽은 전혀 보지 않고 주 변호사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속이 너무나 막연함을 꽉 차서 어쩔 줄을 몰랐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이때 주 변호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은 혈액 검사 결과입니다. 육민관 씨는 약물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모발 검사 결과와 같이 보시면 반복적인 약물 반복이 아니라는 점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날 처음 약물에 급성으로 중독되었고, 그 약물이 강렬한 환각을 일으켜 백지안 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된 것입니다.” “한 번 봅시다.” 재판관이 손을 뻗었다. 직원이 주 변호사의 손에서 보고서를 받아 재판관에게 건넸다. 주 변호사가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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