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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화

하준의 얼굴이 확 변했다. “구급차 불러서 병원으로 가. 나도 바로 가지.” 통화를 끝내더니 하준은 액셀레이터를 있는 대로 밟아서 여름을 성운빌 입구까지 내달렸다. “오늘 여울이는 여기서 좀 재워 줘. 내일 데리러 올게.” 여울은 이미 여름의 품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눈을 내리깔고 평화롭게 자는 여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여름은 심장이 욱신했다. ‘여울이는 아빠가 좋다면서 우리 둘이 재결합하기를 원하던데, 아빠라는 인간이 툭하면 저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툭툭 날 버려놓고 다른 여자에게 가는 인간이란 말이지.’ “애가 이렇게 무거운데 나더러 혼자서 여기부터 집까지 애를 안고 혼자 올라가란 소리군?” 여름이 비아냥거렸다. 하준은 움찔하더니 즉시 답했다. “그럼 내가 안고 올라갈게.” “최하준, 조카까지 나한테 던져놓고 부랴부랴 가려는 거 보니 백지안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보지?” 여름이 갑자기 하준을 쳐다보았다. 실은 방금 통화할 때 여름에게도 얼추 통화내용이 들렸었다. 하준의 목젖이 살짝 꿈틀했다. 지금 이 순간 적절히 말을 둘려대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까만 여름의 눈을 마주하지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다. 한참 만에야 겨우 입을 뗐다. “별장에 불이 나가서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지안이가… 계단에서 굴렀다나 봐.” “구급차 불러서 병원에 데려갈 사람이 없는 거야? 여름이 날카롭게 물었다. “민 실장이 병원에 연락은 했다는데….” “그런데 당신이 꼭 그렇게 급히 가야 해? 당신이 의사야? 아니면 남자친구? 남편?” 여름이 하나씩 불러댈 때마다 하준의 표정이 부자연스럽게 변해갔다. “그게… 심하게 다쳤대.” 하준이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여름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더니 웃었다. “주절주절 대는 걸 보니 걱정도 되고 백지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당신 책임인 것 같고, 그래서 그러는 거 아냐? 당신이 백지안에게 느끼는 감정이 정이든, 사랑이든, 미안한 마음이든, 당신은 본능적으로 백지안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거야.” “아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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