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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화

여름과 서인천이 차에 있다니, 두 사람이 며칠 전 자신과 여름이 차에서 했던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심장을 꼭꼭 찔리는 느낌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 전화를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10분도 되지 않아서 경찰이 출동하더니 서인천의 차창을 똑똑 두드렸다. “무슨 일이시죠?” 서인천이 창을 내렸다. 경찰은 안에 남녀가 있는 것을 확인하더니 난감한 듯 답했다. “차 안에서 부적절한 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 남녀가 차 안에서 할만한 부적절한 거래가 뭐가 있겠는가? 서인천과 여름은 동시에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여름이 팔짱을 꼈다. “우리가 뭐 옷매무새라도 흩어졌나요?” “죄송합니다.” 경찰은 속으로 신고자를 욕했다. 경찰이 떠나자 서인천은 다시 방금 전 나누던 이야기 주제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때 살수차가 다가와 지나갔다. 아직 차창을 올리지 않았던 탓에 서인천은 홀딱 젖어버렸다. 바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머나, 어쩌나…. 얼른 돌아가서 옷 갈아입으셔야겠네요.” 여름이 웃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 “그래야겠네요. 제가 여기 차를 세워둔 게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렸는가 봅니다.” 서인천이 쓴웃음을 지었다. 서인천도 나름 눈치는 있는 사람인지라 오늘 여름에게 관심 있는 남자들이 많았던 점을 떠올리고 분명 자신만이 여름을 바라다 줄 기회를 가진 것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아뇨. 오늘 제가 누구누구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에요. 좀 있으면 저도 찾아오지 싶네요.” 여름은 티슈를 건네고 차에서 내려 단지로 들어갔다. 막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큰 손이 와서 버튼을 가렸다. 곧 익숙한 사람의 시원스러운 냄새가 뒤에서 덮쳐왔다. 여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껏 담담하게 말했다. “그 난리를 치고도 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 “난리?” 정수리에서 비아냥이 섞인 하준의 목소리가 울렸다.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였다. 여름은 돌아서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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