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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화

순간 백지안은 피를 뿜을 뻔했다. 속에서 올라오는 불길에 눈에 핏발까지 섰다. “이 뻔뻔한 게! 하준이는 내 거야!” 백지안이 다시 여름의 얼굴에 상처를 내려고 손톱을 세우고 미친듯 달려들었다. 여름은 가볍게 피하면서 코를 막았다. “어머, 미안. 최하준은 내 남편이거든. 그리고 나 건드리지 마라. 너 너무 냄새난다.” 여름은 말을 마치더니 싫다는 표정을 하며 복도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백지안을 두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나 백지안은 곧 정신을 차리고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안아, 너 강여름을 찾아간 거야?” 백지안은 멍하니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더니 우는 척했다. “준, 미안해. 내가 강여름의 집을 찾아달라고 사람을 보냈었어. 오늘 와보니까 네가 이 단지에서 나오더라. 네가 날 속이다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미칠 것 같더라고.” 백지안의 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하준은 옆 이마가 벌떡벌떡했다. 솔직히 막 여름이 보낸 녹음을 하준은 기함을 했다. 그 온화하고 배려심 깊은 백지안이 이렇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무서운 말을 쏟아 놓다니…. 하준은 전에 강여름과 백지안이 만났을 때도 백지안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침에 한 거짓말이 이미 백지안에게 들통났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 나한테 바로 말하지 않았어?” 하준이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난… 널 잃을까 봐 두려워. 백지안이 고통스럽게 말했다. “준, 나 지금 너무 냄새나고 더러워. 강여름이 나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쏟아 부었거든. 그러고 마구 발로 차면서 내게서 널 빼앗아 가겠대. 나 좀 데리러 와.” “그래, 내가 지금 바로 갈게.” 하준은 벌떡 일어나 차를 몰고 성운빌로 달렸다. 입구에 도착하자 백지안이 바로 울면서 하준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입고 있는 옷은 어제와 같았지만 몸에서 온갖 음식물 쓰레기 악취가 배어 나와 구역질이 났다. 하준은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왔다. ‘강여름, 이건 너무 하잖아!’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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