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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화

‘그냥 단순한 선후배 사이가 아니라던지?’ 여름이 다른 남자와 친하다는 생각을 하니 어쩐 일인지 죄다 엎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일었다. 상혁은 어이가 없었다. 이간질하는 백지안의 능력은 정말이지 너무나 원숙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것은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아 참, 이번에 저가로 화신 주식 사들인 자의 정체를 좀 알아 봐.” 하준이 문득 생각난 듯 분부했다. “알겠습니다.”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런 것은 관련 부서에 전화 한 통화만 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상혁은 곧 복잡한 얼굴로 돌아왔다. “배후의 구매자는 강여름과 정호중이라고 합니다.” “어머!” 백지안의 눈이 커졌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 “준비되어 있었던 게 틀림없네. 일부러 이사들을 다급하게 만들어서 싼 값에 주식을 내다 팔게 만든 거지. 그렇다면 이제 화신은 강여름과 정호중 손에 들어갔네. 그리고 정호중은 강여름의 사람이잖아.” 상혁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앞으로 화신의 주가가 8번 정도 상한가를 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챙! 국그릇에 숫가락이 떨어지면서 금속성 소리가 났다. 하준은 벌떡 일어나 의자를 발로 찼다. 얼굴에 가을서리처럼 차가운 기운이 깔렸다. 어둠에서 걸어 나온 악마같았다. ‘아하하! 내가 정말 강여름을 너무 얕잡아봤군. 이번에 내가 아주 크게 한방 먹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되레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다니. 분명 내 블랙리스트에 올라감으로서 절벽 끝에 몰린 것으로 보였는데 뒤에서는 암암리에 아주 깔끔하게 회사에서 말 안 듣는 이사들을 몰아내고 자기가 유일한 책임권한자로 올라섰군. 심지어 곧 상장가는 엄청나게 올라갈 거고 말이야. 강여름, 정말이지 완전히 새로운 전법이로군.’ 백지안도 남몰래 얼마나 이를 악물었던지 이가 부서질 지경이었다. 전에는 언제든 강여름을 한 손으로 눌러 죽일 수 있는 개미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의 강여름은 3년 전의 강여름이 아니었다.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상대가 되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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