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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화

“어머, 늘 너무 기품있고 온화해서 내 롤모델이었는데….” “쉿, 조용히 말해. 그래도 대표인데 잘리면 어쩌려고.” “…….” 백지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공개적으로 최하준의 여자 친구가 된 이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받들고 여신이라 칭송해왔는데 이런 수모를 당하게 될 줄은…. “강여름 씨, 한 마디만 더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습니다.” “그러시던가, 나도 오늘은 그냥 내 회사 둘러보러 온 거니까요. 내일은 주주들을 모두 소집해 주주총회를 열 겁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연락해야지.”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검지 손가락이 백지안을 가리켰다. “당신은 첫 번째 해임 대상입니다.” 백지안은 우습다는 듯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진짜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시나 본데? 지금 화신은 이미 3년 전 화신이 아니라고. 흥, 열심히 연락해 보시지. 누가 나오나. 날 해임하시겠다고? 꿈 깨시지!” “그럼, 기대하세요.” 강여름은 돌아서더니 엄 실장의 명찰을 ‘홱’ 떼어냈다. “창고관리원이 뭐예요? 나랑 가요.” “예.” 엄 실장은 기꺼이 따라나섰다. 하지만, 입구를 나서려는데 불안감이 엄습했다. “대표님,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듣고 화내지 마세요….” “최하준이 백지안을 아끼니 내가 승산이 없다고요?” 여름이 웃으며 살짝 눈을 흘겼다. 엄 실장은 당황하며 비위를 맞췄다. “대표님, 진짜 대단하시네요. 그걸 단번에 알아채시다니.” “괜찮아요. 난 이미 최하준이란 사람한테 미련 없어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게 대수인가요? 내가 살아있는 한 화신의 최대 주주는 나예요. 그 사람이라고 법을 이길 수 있겠어요?” 여름은 시종 담담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엄 실장은 자신이 이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 회사에 온 백지안이 비서 민정화에게 눈짓을 보내자 민정화는 바로 최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방금 강여름 씨가 화신에 왔었습니다. 오자마자… 백 대표님 머리채를 휘어잡아서 머리카락이 끊어지고 두피도 다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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