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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화

”됐어!” 최하준은 매섭게 상혁을 노려보고는 성큼성큼 떠났다. 비뇨기과 앞에서 전 부인과 마주치는 것보다 난처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젠장!’ ……… 병원을 떠난 여름은 곧장 차를 몰아 화신으로 갔다. 떠난 지 3년, 데스크 직원도 벌써 두 번이나 바뀌었다. 여름이 들어가려는데 데스크에서 바로 붙들었다. “누구시죠? 약속하셨나요?” “아니요.” 여름이 선글라스를 벗고 탄성이 나오도록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표님 좀 만나야겠는데요.” 데스크에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비웃듯이 말했다. “약속도 없이 대표님은 못 만나세요. 아무나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죠. 시아 같은 슈퍼스타도 아니고….” “시아?” 강여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 회사 새 모델이잖아요. 얼른 돌아가세요.” 직원은 짜증 내며 말했다. 여름의 입가에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럼 지금 대표는 누구죠?” “아니 대표님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만난다고요? 백, 지, 안. 백 대표님시잖아요. 최하준 회장님 약혼자요. 곧 취임하실 거예요.” 여름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져 갔다. 보이지 않는 위엄을 느끼자, 안내 직원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등 뒤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강… 강 대표님?” 여름이 몸을 돌렸다. 남자는 40세쯤으로 수염이 덥수룩하고 머리는 살짝 긴 편이었으며 초췌해 보였다. “엄 사무장? 왜 이렇게… 늙어버린 거예요?” 여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정말 대표님이시네요.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가 진짜였어요. 돌아가신 게 아니었어요!” 감정에 북받쳐 여름을 바라보는 엄기숙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네, 안 죽었어요.” 여름은 그의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대표 비서까지 맡으셨던 분이 어째서 창고 관리자가 되신 거죠?” 엄기숙이 서럽게 말했다. “대표님, 3년 전 대표님 돌아가셨다는 소식 이후에 회사는 최 회장에게 넘어갔답니다. 법률상 배우자였으니까요. 전 이사장 구진철 무리가 최 회장을 믿고 날뛰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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