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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화

하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이토록 참담한 적이 없었다. ‘결국 내가 저지른 죗값을 받는군. 무슨 짓을 한 거야!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여름은 매력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렇게도 사랑스럽고 똑똑했던 여름이 그리웠다. “나 좀 봐요. 이불 속에만 있지 말고. 차라리 마음껏 화내요.” 하준이 손을 뻗어 이불을 걷어내려고 하자, 여름은 자기 손가락을 꽉 문 채 눈물 범벅이었다. “먹을 것을 좀 보내겠습니다. 밤새 아무 것도 못 먹었잖아요.” 하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갔다. 얼마 후, 간호사가 들어왔다. 여름은 하준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공포심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온몸 여기저기가 아직도 욱신거리고 아팠다. 입맛도 없어서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떠 보니 날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하준이 창가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오늘 출근 못하니까 회의 취소해.” “오늘 회의는 부회장님이 참석하시는…” “취소하라면 최소해.” 전화를 끊고서 여름의 두 눈과 마주쳤다. 여름은 두려워하며 시선을 피했다. 하준이 침대 옆으로 다가와 가만히 바라보다가 따뜻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남자를 처음 겪었다고 의사가 말해주더군요. 그간 오해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약속하겠습니다. 날 용서해 줄 수 있습니까?” 여름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쩐지 부드럽게 말한다 싶었다. 하마터면 양심 있는 인간인 줄 착각할 뻔했잖아. 의사한테 듣고서야 믿다니, 우리 사이에 그 정도로 신뢰가 없었다는 의미겠지.’ “네.” 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FTT의 최하준 회장인데 누가 감히 용서를 하고 말고 하겠어. 누구든 까라면 까는 거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하준이 조금 실망스러운 듯이 말했다. “욕이라도 해요.” “…….” ‘욕을 하라고? 어젯밤에 내가 뺨 한 번 때렸다가 죽을 뻔했는데?’ 여름은 마음 속으로 말을 삼켰다. 하준은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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