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화
위자영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까짓 교통사고 때문에 우리가 이혼할 줄 알았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여름은 핸드폰으로 서경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계속 울리고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전화해도 소용 없어. 지금 할아버지와 있을 테니.”
위자영이 비웃었다.
“아직도 분위기 파악 안 되니? 할아버지께서 묵인하신 거라 네 아버지도 어쩔 수 없어.”
“알아들었으면, 어서 꺼져!”
서유인이 바닥에 널부러진 여름의 옷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를 쳤다.
여름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옷을 하나씩 트렁크에 쑤셔 넣었다.
아무도 몰랐다. 강여름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여름만이 알고 있었다.
‘오늘의 치욕은 하나 하나 갚아주지.’
트렁크에 옷을 다 집어 넣기도 전에 서유인은 어디서 떠왔는지 더러운 물을 떠와 여름의 옷에 와락 부어버렸다.
“어머, 미안해서 어쩌지? 더러운 걸 치운다는 게 이렇게 됐네?”
서유인은 깔깔거리며 웃어 젖혔다. 여름은 얼음처럼 차갑게 쏘아붙였다.
“너 최 회장 믿고 이렇게 날뛰나 본데 최 회장이 너랑 결혼 안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서유인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뭐래? 하준 씨는 곧 나와 결혼할 건데.”
“희망사항이겠지.”
여름은 조소를 띠었다. 아까 본 하준은 여름을 원하고 있었다. 서유인에 대해서는 별 감정이 없어 보였다.
말을 마치고 위자영과 서유인 모녀에게 더 심한 조롱을 받기 전에 나와버렸다.
달리 지낼만한 곳이 없었다. 회사 근처 오성급 호텔에 투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서경주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여름아, 왜 짐을 다 뺐니?”
“모르셨어요? 저 쫓겨났어요.”
“뭐라고?”
서경주는 불같이 화를 냈다.
“아니, 이 몹쓸 인간이! 가만 두면 안 되겠군. 지금 어디냐? 데리러 가마.”
“오지 마세요. 일단은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어요.”
여름이 조용히 말했다.
“두 사람은 지금 최하준을 뒷배로 두고 있으니 아버지 말도 무시할 거예요. 이젠 할아버지까지도 그쪽에 섰으니,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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