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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 세상에나! 감히 귀를 잡아당기다니. 세게 잡아당긴 게 아니었는데도 찌릿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강여름 씨, 뭐 하는 겁니까?” 최하준이 무표정하게 노려봤다. 여름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여름은 속으로 이렇게 되뇌고 있었다. ‘내키는 대로 한 번만 해보자. 혹시나 착각이라면 일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해야 하면 하는 거지 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알아요. 우린 계약 관계라는 거. 하지만 계약 관계면서 당신처럼 상대가 24시간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하고, 위험에 처한다고 구해주고 그러지는 않는 것 같은데. 일이 많다고 몰래 도와주기까지 하고. 그리고, 왼손도 멀쩡하면서 밥도 먹여달라고 하지, 귀찮으면 그냥 시키면 될 걸 굳이 거짓말까지 하고, 찔린 거죠?” 여름이 고개를 들어 최하준을 바라보았다. “날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나도 쭌이 좋아요.” 여름의 맑고 깨끗한 눈에 남자의 실루엣이 비췄다. 처음엔 그저 민망해서 그랬다. 너무나 민망했다. 그동안 속으로만 생각해오던 것들을 이렇게 다 들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자, 심장이 세게 뛰기 시작했다. 여름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진작 알고 있었지만 왜일까, 오늘 들은 말은 유독 진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최하준의 얼굴엔 여전히 아무 표정이 없었다. 여름의 눈꺼풀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휴우, 아무 반응이 없네. 혼자 착각이었나 봐.’ “안 좋아한다면 어쩔 수 없지. 다음부턴 안 물어볼게요. 난 세수하러 가요.” 여름이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었다. 최하준은 여름의 가녀린 뒷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사뭇 실망하고 침울한 모습이었다.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이 사람의 마음이 점점 더 자신에게서 멀어질 것 같았다. “날 괴롭히려고 하늘에서 보낸 요정입니까?” ‘하아’ 괴로운 듯 한숨을 쉬더니 최하준은 여름을 와락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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