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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7화

“……” 초췌한 얼굴을 보니 여름은 차마 또 어딜 다녀오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려. 나랑 놀자.” 하준의 손이 창문 안으로 들어와 여름을 잡았다. “악! 쭌… 전화 받는 중이야. 한 번 더 나갔다 와야 해.” 여름이 간신히 말했다. “아주 중요한 일이야.” 뜻밖에도 하준은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실망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나보다 더 중요해?” 잠긴 목소리에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있었다. ‘쭌보다 중요해’라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또르륵 떨어질 것 같았다. 여름은 진땀이 났다. “당연히 우리 쭌이 제일 소중하지. 하지만 하루 종일 쭌하고만 붙어 있을 수는 없어. 식구가 많아서 나는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해. 돈을 벌어야 쭌 사탕도 사주고 선물도 사주지.” “그러면 우리 엄마한테 돈 달라고 하자. 엄마가 날 낳았으니까 날 위해서 돈 벌어 와야지. 여름이 돈 안 쓸 거야.” 잠시 생각해보더니 하준이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여름은 속으로 최란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나도 우리 하늘이랑 여울이 유치원 보낼 돈을 벌어야 해.” “그러면 하늘이랑 여울이 아빠한테 벌어오라고 해.” 하준이 툴툴거렸다. “왜 여름이 혼자서 다 하는데?” “……” 여름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저기요, 여울이하고 하늘이 아빠는 당신이거든요. 그건 그렇고, 잠깐 나가 있는 사이에 아이는 엄마 아빠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건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었어?” 여름은 의아했다. 자기는 그런 것을 가르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텔레비전 보는데 거기서 그러던데.” 여름은 이마를 짚었다. 장춘자는 틈이 나면 막장 드라마를 즐겨 봤다. 처음에는 여울이를 물들이더니 이제는 하준에게도 전염이 된 모양이었다. “하늘이하고 여울이 아빠는… 일이 있어서 다쳤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어.” 여름이 안타까운 얼굴로 설명했다. 하준은 눈을 깜빡이며 여름을 한참 쳐다보았다. “여름이 불쌍하다. 어디서 그런 걸 만났어, 그래?” “……” ‘저기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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