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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화

“강여경의 행실이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었을 게다. 그러나 어려서 납치되었다니 엄마로서 책임을 다 못했다고 생각했어. 자기가 있었다면 그렇게 돈을 탐하고 수작이나 부리는 인간이 아니라 반듯하게 잘 키웠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더욱 죄책감을 느꼈지.” 여름이 침을 꿀꺽 삼켰다.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 “자네도 엄마니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네.” 차진욱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름의 심장을 울렸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면 아이를 버릴 수 있겠는가? 아무리 애가 못된 짓을 해도 자기 자신을 탓할망정 버리지는 못할 거야.” “그래도 그렇게 끝간 데 없이 오냐오냐하지는 말았어야죠.” 여름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답했다. “신희가 강여경을 오냐오냐할 때 머리가 온전했을 거라고 생각하나?” 차진욱이 되물었다. 순간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돌아가세요.” 차진욱은 얼이 빠진 여름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제 좀 짚이는 게 있는데 막 동성에 갔을 때는 뭔가가 희미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어. 그런데 나중에는 전혀 익숙한 느낌이 아니라고 하더군. 신희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보고 강여경이 계속해서 약을 먹이고 있었던 거야. 내가 너무 방심했던 게지.” “기억을 되찾으셨다면 딸 이름이 강여경이 아니라 강여름이라는 것을 떠올렸을 텐데.” 여름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차진욱은 아무 말 없이 여름을 바라보았다. “뭐, 회장님도 제가 친딸이라는 걸 믿지 않으시잖아요?” “이제는 믿는다. 강태환 부부는 문제가 많더군. 우리가 다 속았어. 내 수하가 모두 다친 것이 아쉬울 따름이야. 아니었으면 제일 먼저 그들 부부를 손봤을 텐데.” 차진욱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강여경은 그 부부의 딸이에요. 전에는 그 집 식구들이 화신을 꿀꺽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 할머니가 찬성하지 않으셨죠. 엄마가 저에게 남겨준 회사였으니까요. 그래서 셋이 공모해서 할머니를 살해한 거예요. 저도 간신히 화신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여름이 차진욱을 돌아보았다. “하루 빨리 이 나라를 떠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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