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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불꽃이 모두 꺼지자 최하준이 할머니 무덤 앞에 섰다. 정성을 다해 절을 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여름은 조금 놀랐다. 할머니 장례에 이렇게까지 최하준이 정성을 쏟을지 몰랐다. 뭔지 모를 감정으로 혼란스러워졌다. “할머니께 뭐라고 했어요?” 최하준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강여름이 내 곁에 있는 한 내가 꼭 지킬 테니 안심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름이 부루퉁하게 입을 내밀었다. “됐거든요. 조금만 나를 더 믿어주기만 해도 좋겠네요.” 산에서 내려오면서 또 다른 무덤을 지나쳤다. 특이하게도 묘비에 사진이 있었다. 최하준이 사진을 보더니 갑자기 멈춰 섰다. “이 분은?” “아, 우리 고모예요.” 여름은 무덤 앞에서 절을 했다. “여름 씨랑 많이 닮았군요.” 최하준이 말했다. “그래요. 우리 할머니도 내가 고모랑 많이 닮았다고 했어요.” 여름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쩐지 어머니하고는 닮은 구석이 별로 없더라니. 고모 딸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여름이 순간 얼떨떨했다. 고개를 급히 저었다. “그럴 리가요. 우리 고모는 결혼도 안 했는 걸요. 젊을 때 돌아가셨어요. 어떻게 딸이 있을 수 있겠어요. 아휴, 괜히 말해서 사람 이상하게….” 최하준이 침묵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산을 내려왔다. 여름이 한참을 주저하며 말했다. “저, 오늘은 출근하고 싶은데, 가도 될까요?” 최하준이 찡그렸다. “거리감 느껴지게 그렇게 어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냥 다른 남자들과 가까이 지내지만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전화는 반드시 받으십시오.” “그럴게요.” 여름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빨리 돈을 벌어야 당당하게 이혼할 수 있지.’ ******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여름은 화신그룹 방 팀장에게 연락했다. 약속시간을 잡은 후 오후에 화신그룹 분양 현장에 나가보았다. 1층 분양 모델하우스에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여름은 평면도를 들여다보며 구조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2층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는 줄 전혀 모른 채. 그 사람은 강여경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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