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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5화

“전부 다 잊어버린 건 아니야. 그냥… 당신을 사랑하기 전에 일은 조금 기억이 나. 당신을 사랑하고 나서 일은 좀 모호하지만…” 조금 안타까운 기색을 보이며 하준이 솔직히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그나마 가장 좋은 시절이었을 텐데 그 기억을 다 잃은 것이다. “전에는 자기가 나에게 치덕거렸지만 이제는 내가 하는 거지.” 하준이 그윽한 눈을 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여름은 아무 말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머리를 숙이고 조용히 아이스크림을 먹을 뿐이었다. 하준이 시동을 걸었다. 아이스크림을 반쯤 먹고 나니 여름은 더 먹을 수가 없었다.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아예 옆에 있는 남자에게 먹였다. 하준은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한 손으로는 남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두 사람이 재결합을 하지 않았다지만 사실 연인이 하는 짓은 다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여름은 마음이 복잡미묘했다. 양유진이 입만 맞추려고 하려면 그렇게 거부감이 들었는데 하준에게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종종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이 힘껏 날아오르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하준이라는 그물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나비처럼 느껴졌다. 하준의 본가에 도착하여 여름은 갯가재를 꺼냈다. 꼬맹이 둘이 얼마나 기뻐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여름은 하늘이에게 까주고 하준은 여울이를 먹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장춘자는 나이가 많아서 딱히 갯가재를 먹을 생각도 없었거니와 증손주들이 먹는 것만 보아도 마음이 흐믓했다. “얘, 늦었는데 자고 가거라. 하준이가 네 옷을 새로 사서 애들 옷장에 넣어 놨더라.” “그게…” 여름은 매우 난처했다. 그런데 여울이 먼저 말을 채갔다.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같이 자고 가요.” 여름은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 목욕을 하고 나오니 하준이 아이들은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쌍둥이는 마땅치 않았던지 여름이 나오는 것을 보더니 바로 하늘이 말했다. “아빠가 너무 재미 없게 읽어요. 엄마가 읽어주세요.” “그래. 엄마한테 읽어 달래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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