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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화

“예전에 한선우랑 그런 일이 있었으니 만날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거리를 뒀어야 해.” 여름은 엉엉 울었다. “오전에 전화를 받기는 했는데 오지 않아서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지. 무슨 일인지나 물어볼걸.” 하준은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여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물어봤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이미 사고가 났으니까. 그리고… 지금 당신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잖아. 왜 차 사고가 난 건지,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일단은 가서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내가 장례식장으로 데려다줄게.” “…그래.” 하준의 따뜻한 위로에 여름은 점차 진정하게 되었다. 그렇다. 최소한 한선우의 사고 원인은 알아야 했다. “내가 운전할게.” 하준이 여름을 안아서 보조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해 주었다. 가는 길에 여름은 내내 차 밖을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여름의 머릿속에는 한선우와의 추억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견디기 힘들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여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가 봐. 유진 씨네 식구들이 다 있을 테니 당신에게 불편할 거야.” “그래.” 하준은 열쇠를 여름에게 돌려주고 다정하게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다른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게 조심하고.” 여름은 되는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제대로 인사를 건넬 정신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무거운 얼굴의 양유진이 보였다. 한선우의 아버지도 동성에서 건너왔다. 한양빈과 서도윤이 친정 식구들도 모두 왔다. 다들 슬픔에 잠겨있었다. 서도윤은 완전히 영혼이 빠져나간 상대로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서도윤의 어머니가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얘야, 이게 다 무슨 일이라니? 이제 막 애가 생겼는데 남편이 가다니.” 여름은 몸이 떨렸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도윤의 어머니가 여름을 보더니 후다닥 와서는 어깨를 밀쳤다. “어, 당신이지? 우리 사위가 당신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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