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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여름은 믿기로 했다. 지오를 쓰담쓰담 했다. “우리 지오, 고생했어. 넌 용감한 엄마야. 진짜 대단해.” 지오가 힘없이 ‘야옹’하고 소리를 내더니 축 늘어졌다. “배가 고픈가 봅니다.” 최하준이 말했다. 여름도 그렇게 생각했다. 새끼를 낳느라 온 힘을 다 썼을 것이다. “영양식을 만들어줘야겠어요.” 주방에 불이 다시 켜 지고 열기가 피어 올랐다. 전에 입던 앞치마도 챙겨 입었다. 최하준이 일어서서 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짓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들었다. 집 안에 요리하는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나도 배가 고픕니다.” 여름은 못 들은 척 했다. 최하준이 여름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귓가에 입을 대고 말했다. “나 배고파요! 안 들립니까?” 귀가 멍멍했다. 하마터면 냄비를 떨어뜨릴 뻔했다. 휙 하니 그를 바라보니 능글능글 웃고 있었다. “최하준 씨! 당신 입으로 직접 나더러 불결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이렇게 불결한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고 싶으신지? 토하진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되네요!” “……” 최하준의 얼굴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내가 그런 소릴 했다고? 설사 했더라도 굳이 기억할 필요는 없는데…’ “그게 저… 그땐 너무 화가 나서 듣기 민망한 말을 한 겁니다.” 최하준은 매끈한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부당한 방법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침착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뭐 화가 나는데 화낼 권리도 없습니까?” ‘헐… 누가 변호사 아니랄까 봐 말은 청산유수네. 진짜 얄미워.’ 여름은 말문이 막혔다.. “요리하세요.” 최하준이 한 마디 하고는 주방 테이블을 두드렸다. “네, 하죠.” 여름은 웃음이 나왔다. 여름이 이 집을 비운 지 꽤 오래인데 냉장고 안의 식재료들은 모두 완벽하게 구비가 되어 있었다. 모두 신선하고 고급진 재료들이다. 여름은 지오를 위해서 연어 미트볼과 고양이 푸딩을 정성껏 만들어 주었다. 최하준을 위해서는 간단히 국수를 만들었다. 국수 위에는 쫑쫑 썬 쪽파와 향긋한 소스, 그리고 청양고추를 살짝 올렸다. “벌써 다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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