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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화

“그래. 네 책임이 크지.” 최대범이 하준을 노려 보았다. “그러니 책임지고 FTT를 제자리로 돌려놓거라. 네 녀석이 여름이만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일인데. 뭐, 전부 널 탓할 수만은 없지. 다 운명이지 뭐냐. 어쩜 그렇게 네 에미를 담았냐? 하나에 빠지면 그냥 정신을 못 차리고, 응당 아끼고 사랑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는…. 네 에비가 란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니? 그런데 그러게 못 본 척을 하고는 추동현이가 저를 사랑하는 줄 알았지.” ‘아버지….’ 호칭조차도 낯설었다. 잠시 넋을 놓고 있는데 장춘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에비는 수십 년을 소식도 없는 것을 보니 어디 외국에 나가서 결혼하고 자식도 낳고 사는 게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량 한 대가 들어오더니 최란이 내렸다. “무슨 이야기 나누고 계세요?” 최대범이 마뜩찮은 듯 답했다. “한 서방 이야기 중이었다.” 최란은 움찔했다. 한병후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세계에서 잊혀진 존재였었다. “그러길래 우리 말 듣고 얌전히 한 서방이랑 살았으면 오죽 좋아?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최대범이 화를 냈다. “한 서방이 우리 FTT의 재산을 노리니 어쩌니 하더니, 눈이 멀었던 게지.” 최란은 입맛이 썼다. “그건 모르는 거죠. 한병후도 추동현과 같은 부류였을지도. 그 얘긴 그만 하세요. 얘, 마침 잘 왔다. 아까 연락 받았는데 가디언그룹 이사진이 조용히 들어왔다더라. 만약 가디언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만 있으면 FTT전자는 이번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몰라.” “가디언 그룹이라고요?” 하준이 깜짝 놀랐다. 유럽의 대형 그룹으로 20년 정도 된, 그리 역사가 깊은 회사는 아니었다. 가디언의 행보는 매우 조용하고 막후의 진짜 실력자는 미스터리해서 글로벌 부자 랭킹에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기업이다. 전세계 100개 국이 넘는 곳에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하준아, 내일 출근해라. 우리 가디언 이사장과 한 번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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