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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화

경매 사회자가 매우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윤서는 분에 차서 테이블을 탕 쳤다. “죄다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인간들이 말이야,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젠장! 나한테 5천억이 있었으면 그냥 사버리겠구먼!” “누군 안 사고 싶겠냐? 다들 사고 싶지. 그런데 다들 추신 눈치 보느라고 그런 거 아니냐,” 여름이 복잡한 심경으로 말했다.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4000억 2천만 원!” 목소리를 듣고 여름은 표정이 확 변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몇 년을 알아 온 양유진의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양유진이 경매장에 올 줄은 몰랐다. ‘추신의 부탁을 받고 온 건가?” 어쨌거나 조금 실망스러웠다. 양유진인 성인군자인 줄 알았는데, 최하준을 미워할 수야 있겠지만 이렇게 남의 불행에 올라타 이득을 얻으려는 소인배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다 여름의 착각이었다. 4000억 2천만 원이 되자 아무도 경매가를 따라오려고 하지 않았다. 사회자는 누군가가 가격을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4천억 2천만 원, 4천 1억 없으십니까? 4천 1억? 그러면 4천억 2천만 원 하나…” “5천억!” 여름이 외쳤다. 목이 꽉 눌린 나머지 남자 목소리처럼 나왔다. 그러나 이 낮은 목소리에 밖은 난리가 났다. 다들 여름이 있는 별실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창문이 닫혀서 아무도 안에 누가 있는지 볼 수는 없었다. 곧 어느 별실에서 물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경고의 의미였다. 여름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추동현이 경고를 보내는군.’ 윤서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여름을 쳐다보더니 소곤소곤 물었다. “야, 너 5천억 있어?” “아버지께 말씀드리면 융통할 수 있을 거야.” 여름이 답했다. “추동현 안 무서운가 봐?” 윤서가 찡긋거렸다. “너어, 괜히 FTT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냐?” “그냥 정의를 실현하고 싶을 뿐이야.” 여름이 윤서를 흘겨보았다. “그리고, 낙찰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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